반성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반발로 등장

▲ 서울 여의도 증권가의 2007년 모습.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경제칼럼]

[IMF, 실패한 보초병의 일기 52] 지금부터 9년 전인 2008년, 당시의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이후 새롭게 등장한 용어가 ‘강남좌파’다. 보수성향의 정부를 좋아할 것 같은 형편에서 살면서 반정부 성향이 강한 사람들을 의미하는 말로 주로 쓰인다.

일부에서는 ‘먹고살 걱정 없는 사람들이 지적 유희로 진보행세를 하는 것’이라고 무시하려는 경향을 보였지만, 이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강남좌파들은 오히려 경제문제에 있어서는 원래부터 진보적이던 사람들보다 더 논리적이고 실질적인 비판을 제기했다.

강남좌파는 사실 이명박 정부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 즉 ‘IMF 위기’를 이들의 탄생시점으로 봐야 한다. 금융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새로운 금융 엘리트집단이 나타났다. 이들은 시장경제기반이 극히 취약하던 ‘IMF 위기’ 이전 시대에 대해 극도의 반감을 갖고 있다. 경제제도 뿐만 아니다. 직장에서 윗사람 지시에 토 달지 말고 연공제 급여체계에 순응하면서 정년퇴직하라는 당시의 모든 문화를 거부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나타난 건, 이때부터 이 사람들이 눈에 띄게 전면에 나섰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의 경제정책인 ‘747’부터 이들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4~5%로 접어든 마당에 1970년대 같은 고도성장 타령을 하는 자체가 허구라는 것이었다.

이 전 대통령이 기용하는 경제 관료들 또한 ‘흘러간 옛날’을 노래하고 있었다. 이들이 IMF 위기 직후 일선에서 물러난 후 후배 관료들은 새로운 시장경제 개념들을 고통스럽게 배우면서 한국 경제에 도입하고 있었다. 후배들이 피땀을 흘리고 있을 때 이들은 신문칼럼을 통해 새 정부 정책에 대한 푸념이나 하면서 10년을 보내다 정부로 돌아왔다.

다시 돌아왔어도 왜 ‘IMF 위기’가 왔는지에 대한 냉철한 분석은 전무했다. 굳이 내놓는 변명이 ‘1996~1997년 당시 야당이 발목을 잡아서’였다. 당시 국회는 여당이 과반수이상을 차지해서 노동법의 ‘날치기’통과도 가능했다.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때 논리가 부족하면 앞선 정권이 한 일을 ‘좌파정책’이라고 몰아붙였다.

한국은행 금리를 마구 낮추고 곳곳에 대형 토목사업을 일으켰다. 여기다가 정부는 몇 번 해외순방외교를 할 때 엄청난 자원외교 성과를 거뒀다고 자화자찬했다. 이렇게 해서 2010년 경제성장률은 6.5%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 때 뿐이었다.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 없이 잠재성장률을 넘는 성장은 미래의 성장을 댕겨 쓰는 것뿐임을 입증했다. 다음 대통령의 성장률을 뺏어오는 것이기도 하다. 대단한 성과로 자랑하던 자원외교는 해마다 국정감사의 단골메뉴가 됐다.

강남좌파는 이런 토양에서 부각됐다. 강남좌파들이 봤을 때 ‘시장경제’, 다시 말해 자본주의 경제를 처음으로 제대로 한 것은 ‘IMF 위기’ 직후 10년이었다. 이런 정부를 새 정부가 ‘좌파’라고 비난을 하니, 최소한 시장경제에 관한한 절대 동의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라고 해서 강남좌파들의 불만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해외 유학이나 해외 시장 경험이 가득한 이들로서는 여전히 선진국 기준에 크게 부족한 한국 금융시장의 ‘촌스런’ 행태에 대해 선지자적인 쓴 소리를 툭툭 던지곤 했다. 그러나 이런 태도가 다음 정권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정성의 후퇴와 맞물려 혐오감의 단계로 심화됐다. 더구나 ‘IMF 책임집단’의 복귀는 더욱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강남좌파의 대두는 여전히 미흡한 IMF 위기의 진상규명과도 관련이 깊다.

당시 위기를 초래하는 과정을 겪었거나 긴박하게 수습하는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은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마다 IMF위기를 설명하고 분석하는 방식이 제각각이다.

이를 하나의 큰 줄기로 묶어서 설명하는 움직임은 위기발생 20년이 돼도 한 번도 없었다. 모처럼 이런 시도를 하려고하면 정치적 속셈만 가득한 사람들이 몰려가서 상대정파를 헐뜯기만 할 뿐이었다.

엄청난 위기를 겪었으면서도 20년 동안 제대로 된 백서 한번 나온 적 없는 현실이 강남좌파가 탄생한 토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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