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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사 저편의 입암산성...이곳의 늦가을 정취도 '멋진 관광상품'어느 기업인의 트레킹 이야기<22>...가을의 마지막 입암산성을 추억하다
박성기 도보여행가  |  wh1463@choic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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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03  09: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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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기 대표

[외부 기고=박성기 도보여행가, 도서출판 깊은 샘 대표] 바야흐로 계절은 늦가을을 지나 초겨울로 접어들었다. 날씨도 많이 변덕스러워졌다. 산을 걷기가 쉽지는 않은 계절이다. 그래도 지금쯤 걷기 좋은 명산은 많다. 이번엔 과거 이맘때를 전후해 걸었던 추억의 길을 소개하려 한다. 2015년 11월 14일(토) 올랐던 입암산성의 기억이 유별나게 떠오른다. 그만큼 멋진 길이었기 때문이리라.

장성엔 백양사와 축령산의 편백나무숲 등 유명한 관광지가 있다. 백양사는 매년 가을이면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가을 관광지다. 축령산은 연중 언제든지 갈수 있는 피톤치트를 내뿜어내는 힐링의 숲으로 명성이 대단하다. 경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관광산업의 입지가 뛰어난 곳이다. 이번엔 또 다른 광광 명소인 입암산성을 걸었던 기억을 전하려 한다.

2년여 전, 이곳을 찾았을 때 밤새 가을비는 그칠 줄 몰랐다. 거칠게 내리던 비는 새벽녘이 돼서야 잦아들었다. 길거리엔 비 맞은 노란 은행잎이 아무렇게나 내려앉았다. 이른 새벽 집을 나섰다. 장성 입암산성까지 가려면 갈 길이 멀다.

   
▲ 입암산 입구에서 바라보니 구름이 산에 가득하다 /사진=박성기 대표

입암산에 들어서니 붉게 물든 단풍이 가득하다. 구름은 산을 가리고 언뜻언뜻 잠깐씩만 보여준다. 몽환적인 풍경이다. 내장산국립공원의 단풍이 유명하지만 이곳 입암산은 감춰진 곳이나 다름없다. 사람들이 대부분 내장산이나 백양사로 단풍구경을 가기에 입암산성은 한가하다. 대부분 입암산성을 한바퀴 도는 코스가 아닌 몽계폭포를 통해 백양사로 길을 잡는 까닭에 입암산성 길은 더 여유롭다.

입암산성은 입암산(626m)의 산기슭에서부터 계곡 능선을 따라 만들어진 포곡식 산성이다. 입암산 봉우리를 둘러싸고 있으며, 한때는 총 길이가 15킬로미터에 이르렀는데 지금은 남문과 북문만이 예전의 형체 그대로다.

   
▲ 입암산성을 같이 오르는 도반들 /사진=박성기 대표

전남대 수련원에서부터 길을 시작한다. 하늘은 잔뜩 흐리나 아직 비는 내리지 않는다. 장성새재로 가는 갈림길에서 이정표를 보는 동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일기예보에는 비가 오지 않는 것으로 되어있었는데 빗줄기가 굵어진다. 오늘은 아무래도 우중트레킹이다. 비 안 온다는 내 말만 믿고 대비를 하지 않은 도반들의 원성을 들으며 길을 잡았다.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장성새재다. 이 길로 계속 가면 백양사가 나온다. 오늘 트레킹은 입암산성을 한 바퀴 도는 코스라 무시하고 좌측으로 계속 진행한다.

   
▲ 남창계곡 바위에는 나뭇잎들이 가득하다 /사진=박성기 대표

연이틀 내린 비로 수량이 풍부해진 남창계곡은 듣기 좋은 물소리로 반겼다. 나무들 사이로 언뜻 비치는 계곡의 바위 등걸에는 비에 젖은 붉은 단풍과 갈색 낙엽이 가득하다. 길은 낮게 깔린 비안개가 끼어 신비롭다.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몽환의 세계에 들어온 것 같아. 여긴 신선들의 세계...." 하며 감탄사를 내뱉는 벗들과 막걸리를 들이키며 갈증을 축인다.

   
▲ 삼나무숲을 걷는 도반 /사진=박성기 대표

연신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댔으나 비안개로 인해 뿌옇기만 하다. 은선동 삼거리 못미처 삼나무가 가득한 숲이다. 뾰족이 하늘 향해 곧게 뻗은 삼나무는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단풍과 나란히 서있으니 또 다른 절경이다.

   
▲ 갓바위 표지석 /사진=박성기 대표

은선동 삼거리에 도착하니 갈림길이다. 오른 쪽으로 돌면 더 힘들다는 사전지식이 있기에 왼쪽 갓바위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며 안개 깔린 숲의 이야기를 들으며 걷는다. 빗방울은 가는 이슬비가 되어 내린다.

사방은 구름이 안개처럼 가득해 점점 앞의 시야가 좁아졌다. 짙어진 안개구름을 헤치며 1.9킬로를 걸어 갓바위에 올랐다. 짙은 운무 탓에 경치를 보진 못하고 나중을 기약해야만 한다. 안개구름은 갓바위를 지나 산성 북문과 남문에 이르도록 짙었다.

   
▲ 입암산성 성곽 /사진=박성기 대표

북문과 남문 사이 1킬로미터 약 18만㎢의 습지는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했다. 멸종위기의 동식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이다.

짙은 안개구름과 더불어 펼쳐진 길에서 미지의 새로운 세계로 안내해주는 신비로움을 느꼈다. 원래 이곳은 성안의 저수지 역할을 했던 저수보였다. 유사시 식수로도 사용했고 농수로도 사용했던 성안의 중요한 시설이었다. 경제적으로 값어치가 큰 저수지였다.

   
▲ 습지에 자란 수초 /사진=박성기 대표

조각난 도기파편이나 건물이 있던 터가 있어서 사람이 살았던 흔적은 걷는 내내 보였다. 사람이 떠난 자리는 급속히 자연화가 진행되고 새로운 세계로 탄생되고 있었다. 습지에는 못 보던 멸종위기의 동식물이 서식하며 다양한 생명을 잉태하고 있다. 인간의 터전이었던 곳이 새로운 습지로 탄생된 것이다.

600미터가 넘는 고도의 산에 조성된 습지는 아직도 학계의 연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보물과도 같은 곳이다.

   
▲ 습지를 벗어나 하산길에 만난 나무 한 그루 /사진=박성기 대표

물이 흐르는 곳에 가면 작은 물고기나 생명들이 꿈틀거렸다. 습지에 조성된 나무들과 곳곳에 숨어있는 작은 물웅덩이들, 살아있는 생명의 움직임과 짙은 구름안개, 고요를 깨뜨리는 우리들 소리는 어우러져 훌륭한 오케스트라가 되었다.

남문을 지나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니 오후 다섯 시가 넘었다.

오늘 도반들과 걸은 입암산성 일주 트레킹은 이울어가는 잎들의 마지막 화려함을 기대했으나 더 멋진 몽환적인 숲길과 발아래 가득히 양탄자가 되어준 낙엽의 기억을 화려한 눈 나들이보다 더 가슴에 담았다. 가득히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습지는 입암산성 트레킹의 가장 중요한 수확이었다. 호남을 방비하던 중요한 산성이 거의 허물어져 남문과 북문 등 몇몇 군데만이 옛 자취를 기억한다. 우리가 방비하고 복원하여 옛 모습을 찾아주는 것이 우리 남은 자들의 의무인 것 같았다. 복원을 할 수 없다면 더 없어지지 않게 보존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관광산업의 한 중심에서 살짝 비켜나 있는 입암산성마저 관광객들에게 더 많이 알려지면 이곳의 명성은 더욱 커지고 경제적인 혜택도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 한편이 흐뭇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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