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가까이 금리 올려도 신흥국 시장을 지켜주는 것은...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본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 때마다 성명서를 바로 번역해 전달하고 있다. A4 용지 한 장을 조금 넘어가는 분량이지만, 번역하는 작업은 그다지 많은 노동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문장의 상당부분이 전달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만큼 이번 성명성에서 달라진 내용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행간의 의미도 파악하면서 읽어야 한다.

지난 10월 성명서부터 보유채권 운용에 대한 언급이 사라져 Fed의 성명서는 다소 양이 줄었다.

매번 회의 때마다 비교적 변화가 많은 부분은 성명서 서두 경제상황에 대한 언급이다. 동사의 시제가 현재완료에서 과거형으로 바뀌었다든지, “다소(somewhat)”라는 표현이 들어가고 나가는 것은 Fed가 그만한 인식변화를 했다는 뜻이다. 금융시장에 상당히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지난 13일의 성명서는 네 개의 문단으로 발표됐지만, 본지는 첫 번째와 두 번째, 네 번째 문단을 둘로 나눠 모두 일곱 개의 문단으로 번역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처럼 Fed의 성명서는 FOMC 위원들 전체의 합의로 발표되는 것이다. 문장을 작성하는 사람이 문맥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글솜씨 차원에서 표현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쉼표 하나라도 그만한 경제상황의 변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법이 부여한 권한에 따라 위원회는”으로 시작하는 번역문의 세 번째 문단(Fed의 원문에서는 두 번째 문단)은 첫 번째 문단보다 바뀌는 경우가 크게 줄어든다. 아주 중요한 부분은 있다. Fed의 물가 전망이 여기에 들어간다.

다섯 번째 문단(원문은 세 번째 문단)은 이러한 경제인식에 따른 Fed의 결정을 발표한다. 연방기금금리를 올리거나 내리거나, 또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음을 밝힌다. 결론에 해당하는 것이 이 문단이다.

기계적인 언급만 있는 것으로 보이는 문단이지만, 본지가 가장 주의 깊게 살펴보는 단어 하나가 여기에 들어간다. Fed의 정책기조에 대한 언급이다.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모습. /사진=Fed 홈페이지.


지난 13일 FOMC 성명서의 경우, 금리 인상을 전하는 바로 다음 문장에서 Fed는 “통화정책은 시장 순응적(accommodative) 기조를 유지할 것이며, 이에 따라 고용시장이 다소간 더욱 개선되고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2%를 유지하도록 촉진할 것이다”고 밝혔다. 몇 년째 단어 하나 바뀌지 않는 문장들이다.

하지만 특히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신흥국 시장을 안심시키는 단어가 바로 ‘시장 순응적’이다.

금융계에서 ‘accommodative’는 원래 ‘시장 순응적’보다는 ‘추수적’으로 많이 번역됐다. 본지는 우리말의 일상적 쓰임새와 너무나 거리가 먼 ‘추수적’이라는 한자어보다는 좀 더 의미가 분명한 ‘시장 순응적’으로 번역을 한다.

달리 설명한다면, Fed가 금리를 결정할 때 앞날의 변동을 미리 예측해서 예방적으로 대응을 하기 보다는 다소 늦는 경향이 있더라도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대응한다는 의미다.

일부 투자자들이 이를 ‘완화적’으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혼란의 소지가 있는 번역이다. 지금이야 Fed의 정책편향(bias)이 ‘긴축’이니 그렇게 해석해도 결과적으로 큰 차이가 없지만, 반대로 편향이 ‘완화’인 시기가 되면 ‘시장 순응적’은 오히려 정반대인 ‘긴축적’이 된다.

성명서의 끝부분에서 Fed는 ‘시장 순응적’ 정책기조에 따른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예방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사후적 대응을 하기 때문에 연방기금금리가 “당분간 장기적으로 기대되는 수준보다는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한다. 금리가 지나치게 높을 위험보다는 지나치게 낮을 위험을 선택한다는 뜻이다. Fed는 이어서 “그러나 실제 결정은 주어진 지표를 기초로 한 경제 전망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이고 있는데 이는 그렇다고 지나친 예단은 하지 말라는 주의사항이다.

만약 ‘시장 순응적’이라는 단어가 1990년대 중반과 같은 ‘선제적’ 정책기조를 담은 단어로 바뀔 경우 그날의 FOMC 성명서는 금리 0.25%포인트 인상 정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선전포고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머나먼 다른 나라의 성명서가 한국시간으로 새벽에 발표되는 것을 분초를 다퉈가며 번역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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