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새 22% 하락, 상장가 아래인 9만5천원대 곤두박질
즉시연금 · 금산법 · 보험업법 등 각종 리스크로 '사면초가'

▲ 삼성생명 서초사옥 전경.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삼성생명이 올해 연이은 악재로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 불거진 '즉시연금 미지급금' 논란을 비롯해 계열사 보유주식 한도를 제한하는 '보험업법 개정' 추진,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 시행과 IFRS17(새 국제회계기준) 도입 등 각종 건전성 규제 강화로 삼성생명의 입지가 더욱 위축되는 모습이다.

삼성생명의 이같은 위태로운 행보는 주가하락으로 이어졌다. 특히 지난 2일에는 2010년 5월 상장가(액면가 500원 기준) 11만원보다 한참 아래인 9만5000원대로 추락해 단단히 체면을 구겼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 주가(종가 기준)는 지난해 11월 1일 최고가인 13만7500원을 기록한 후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삼성생명 주가 추이를 보면 1월 2일 12만2500원으로 시작했으나 5월 24일(10만8500원) 처음으로 상장가보다 아래로 떨어졌고 6월 26일(99800원)에는 9만원대로 곤두박질했다. 최근에는 2일 종가 기준 전일대비 1100원(-1.14%) 내린 9만5500원을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삼성생명 주가가 7개월 새 무려 22.04%나 하락한 배경으로 경영환경 악화와 금융규제 리스크, 기대에 못 미치는 경영실적을 꼽았다.

정준섭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 주가가 올해 들어서 계속 빠진 것은 악재가 반복됐기 때문"이라며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기 때문에 주가에는 직접적으로 플러스로 작용하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한 것은 대기업계열 금융사가 비금융사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규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함이다. 두 회사는 지난 5월말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삼성전자 주식 2700만주(0.45%·1조3851억원 규모)를 처분했다.

정 연구원은 "삼성생명 주가가 펀더멘탈 그 이상으로 하락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더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반등을 하려면 금리인상으로 한미간 금리역전 문제가 해소돼야 하고 금융당국발 규제리스크 완화, 경영실적 개선 등의 조건이 갖춰져야 하는데 3분기까지 이러한 상황이 수습되면 4분기부터는 개선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생명은 금융규제 관련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전방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부터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 시행으로 자본건전성을 제고해야 하는 상황이며, 즉시연금 미지급금 문제로 금감원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삼성생명은 금감원의 만기환급형(상속형)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지급 요구를 거부하고 법적소송을 택한 상태다. 미지급금 4300억원(5만5000건) 중 '가입설계서상의 최저보증이율시 예시금액'에 해당하는 370억원(1인당 70만원) 가량만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역시 지난 2일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지급 거부에 대해 "소비자의 불이익이 없도록 감독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히면서 양측간의 치열한 신경전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권 내에서는 즉시연금 사태가 장기전으로 갈 경우 삼성생명에게 전혀 득이 될 게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생명은 이미 지난해 자살보험금 미지급 문제로 금감원과 갈등을 빚다 결국 중징계를 앞두고 '전액지급'으로 한발 물러서 거센 비판을 초래한 바 있다. 금감원이 '금융소비자보호'를 명분으로 내건데다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즉시연금 집단소송 움직임도 일고 있어 삼성생명에게는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보험업법 개정도 삼성생명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초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취득원가가 아닌 공정가격(시장가격)으로 평가하고 총 자산의 3% 초과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생명은 약 26조원, 삼성화재는 3조원대 계열사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경영실적 면에서도 삼성생명은 올 2분기에 삼성전자 매각이익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경상이익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생보업계는 2021년 IFRS17 및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따른 자본금 규제 강화로 저축성 상품은 줄이고 보장성을 늘리면서 수익하락이 가시화되고 있다.

김수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의 현재 주당순자산배수(PBR)는 0.53배로 최근 주가하락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삼성전자 관련 배당수입 증가 및 지분 0.36% 매각으로 삼성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이 소폭 상승할 수 있고 향후 추가 지분매각 가능성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삼성생명의 올해 2분기 순이익은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익을 제외하더라도 전년대비 20% 상승할 전망"이라며 "다만 경상이익은 사업비가 증가하고 변액보증손익이 축소됨에 따라 전년대비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할 경우 주가하락이 지속될 수 있다는 쓴 소리도 나온다. 이 경우 올해 2월 사장 취임 이후 이렇다 할 활약상을 보여 주지 못한 현성철 사장의 경영입지도 더욱 위축될 수 있다. 정부 및 금융당국과의 관계회복으로 금융규제 리스크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해 나가야 하지만 현재로선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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