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퇴직자 3년간 관계사에 28명 재취업, PF투자사엔 1조 대출도
한진중공업 등 유관기관 돈으로 해외출장 · 기업 부실관리도 지적 받아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국회 국정감사 답변 모습. /사진=임민희 기자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KDB산업은행은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국GM 사태 부실대응 논란 외에도 퇴직자 낙하산 문제와 이들이 재취업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사에 1조여원 대출 의혹, 대우건설·대우조선해양 매각 지연 등으로 날선 지적을 받았다.

정부 차원에서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관행 근절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만큼 산은 차원에서도 이러한 퇴직자의 재취업 문제와 유관기관과의 유착비리에 대한 전면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한국GM과 대우조선해양 등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필요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과 김진태 의원은 산은 퇴직자들의 관계기관 재취업 관행을 꼬집었다.

성 의원과 김 의원이 각각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산업은행 퇴직자 재취업 및 거래처 대출잔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6년 3월부터 올해 6월말까지 3년간 산은 출신 재취업자는 금융관련사에 5명, PF투자회사에 19명, 일반거래처에 4명 등 총 28명이었다.

특히 이동걸 회장은 지난해 9월 취임일성으로 '산은의 개혁'을 강조했지만 이 회장 취임 이후에도 PF투자사에 4명, 일반거래처에 3명, 금융자회사 등 관련기업에 2명 등 9명이 재취업했으며 이들 상당수는 퇴직과 동시에 자리를 이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성일종 의원실에 따르면 산은은 최근 5년간 산은 출신이 재취업한 PF기업 12개사에 1조2364억원을 대출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성 의원은 "산은에 PF 투자 기업들의 수익률을 요청했으나 '사업관계자들의 사전 동의없이 제출이 곤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수익률도 밝힐 수 없는 깜깜이 사업에 국책은행이 투자를 남발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성 의원은 10월 22일 산은 국감에서 이동걸 회장에게 "일반 은행들은 수익률을 공개하는데 왜 산은만 PF수익률을 비밀로 하느냐"며 "국회를 뭘로 아느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성일종 의원실 관계자는 "산은에서 PF 약정이자율 자료를 제출했지만 구체적인 PF 수익률은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며 “산은의 낙하산 문제를 비롯해 관련 현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진태 의원은 산은 임직원들이 은행연합회, 한진중공업 등 민간협회나 일반기업으로부터 총 2100여만원을 지원받아 11차례 해외출장을 다녀온 점을 지적했다. 산은은 해당 출장 비용으로 1624만여원을 지급한 반면, 유관기관의 지원액수는 2152만여원이었다.

김진태 의원은 "작년 2월에 산은 부행장이 필리핀에 해외출장을 갔는데 한중중공업으로부터 130만원을 지원받았다"며 "업무상 필요가 있더라도 유관기관의 돈으로 가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동걸 회장은 "저희가 많은 부실기업을 떠맡고 있지만 일방적으로 비용을 치르고 있다"며 "경영관리단의 관리약정서상에 일부 비용을 저쪽(기업)에서 부담하는 걸로 약정돼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진태 의원은 "한진중공업은 값아야할 빚이 2조원이나 있고, 산은과 한진중공업은 재무구조개선약정까지 맺었다"며 "이는 도덕불감증에서 비롯된 것으로, 유관기관으로부터 130만원을 후원받은 것은 김영란법 위반인 만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동걸 회장은 "채권단의 공동관리 일원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지침을 바꿔서 채권단이 공동으로 비용을 내고 대표가 1명 가는 방향으로 고쳐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감에서 산은이 진행 중인 구조조정 회사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문제를 제기했다. 김 의원은 "산은이 KDB생명이란 부실기업을 세금으로 연명시키면서 건강한 민간기업들의 시장을 갉아먹는 불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은 조선이나 건설산업에도 적용되는데 대우조선의 경우 근 20년 동원 10조원 이상의 국민세금이 투입됐고 그 과정에서 대표급 임원 5명이 징역살이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동걸 회장은 "KDB생명,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등은 애초에 산은이 인수하지 말았어야 했다"면서 "저희가 갖고 있는 부실기업은 모두 지난 4~5년 전 이전 정부에서 산은의 의사와 관계없이 떠맡긴 것으로, 제 취임 이후에는 단 한건도 없다"고 맞섰다.

하지만 김 의원은 "산은이 정책적인 고려에 의해서 인수해선 안될 기업을 인수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어서는 안되겠지만, 이동걸 회장 재임 때는 이런 일이 안 생길거라고 자신할 수 있느냐"며 "산은이 부실기업을 인수한 후에도 회사경영이 악화되고 있다"고 부실관리를 질타했다.

이 회장은 대우건설과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에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이들 회사에 대한 매각계획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회장은 "기회가 나면 언제든 팔 용의가 있다"면서도 "대우조선은 쉽게 팔수 있는 기업이 아니고 대우건설도 마지막에 매각이 실패해 당분간 인수기업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난색을 표한 바 있다.

산은은 국책은행이자 정책금융 기관으로서 부실기업 정상화라는 중요한 책무를 맡고 있다. 하지만 낙하산 인사 논란과 깜깜이 PF사업 등으로 국민적 불신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산은이 국감에서 제기된 여러 지적들을 고려해 향후 산적한 현안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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