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 PDF 파일 일부. /사진=Fed 홈페이지.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대통령이 지난여름부터 금리 올리지 말라고 노래 부르는 마당이다. 아무리 통화정책 독립성이 보장되는 미국이라도 중앙은행 수장의 뒷덜미가 서늘할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가 올해 두 번째 금리를 올렸을 때 “격하게 공감하지 않는다”고 불평했었다. 세 번 올린 뒤에는 “Fed가 미쳐가고 있다”는 폭언을 했다. 그는 “내 최대 위협이 Fed”라고도 말했다.

11월에는 자신이 제롬 파월 Fed 의장을 임명한데 대해 “조금도 만족스럽지 않다”고 후회하는 발언을 했다. 전 정권이 임명한 Fed 의장은 한 차례 연임시킨다는 관행을 탈피하면서 굳이 파월 의장으로 교체했던 트럼프 대통령이다.

이럴 거면 뭐하러 재닛 옐런 전 의장을 교체했나라는 후회만 막심할 상황이다. 사실 옐런 전 의장 4년 임기의 마지막 한 해를 함께하는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옐런 전 의장 사이에는 급격히 호감도가 높아졌었다. 옐런 전 의장이 최종후보 3인에도 남았던 것은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때문이었다.

파월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할 때마다 대통령 간섭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공식적으로는 “FOMC 위원들이 최고의 이론을 가지고 최고의 토론을 한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정책 불간섭 원칙을 대놓고 내던진 마당이다. 파월 의장으로서는 1960년대 풍토로 돌아가는 우려마저 떨치기 어렵다. 1960년대 후반의 린든 존슨 대통령은 자신보다 왜소한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 Fed 의장을 텍사스 목장으로 불러 벽으로 밀어붙이면서 금리간섭을 했다고 전한다. 비슷한 일을 파월 의장이라고 겪지 말란 법도 없는 지금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보다 7살 더 많은 72세 고령이지만, 특이하게도 미국 프로레슬링 WWE에 출전해 주먹다짐 장면도 과시한 적 있는 사람이다. 정상회담에서는 한참 젊은 다른 나라 정상들과 악수할 때 상대 손을 힘껏 움켜잡으면서 지금도 악력을 과시하고 있다.

Fed의 19일 FOMC 성명서는 보기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에 전하는 양해 부탁이 행간에 담겨있다.

금리는 올리되, 내년은 올해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화해 의사가 중앙은행의 체면을 구겨버리지 않는 선에서 섞였다.

이번에 추가된 “국제 경제와 금융상황의 전개를 관찰하고 이들이 경제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내년에는 특히 올해보다 더 주의하겠다는 약속으로 풀이된다. 이 문장은 원래 옐런 전 의장 시절 성명서에서 고정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것이다. 파월 의장 취임과 함께 사라졌다가 10달 만에 다시 등장했다.

앞서 파월 의장이 “중립금리에 근접했다”고 언급했던 것과 함께 내년에는 긴축기조가 누그러질 것임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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