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국민투표 재실시 주장 나오면서 파운드가치 급락

▲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이 2017년 6월21일 영국의회에 유럽연합(EU) 깃발을 연상시키는 모자를 써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오른쪽 상단에 첨부된 것은 유럽연합(EU) 깃발.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여왕의 통화(Queen’s currency)’ 파운드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에 대해 영국정치권이 갈팡질팡하는 가운데, 파운드가치가 지난 주말 큰 폭으로 떨어졌다.

현재 영국은 자신들의 국민투표로 결정한 브렉시트를 어떻게 실행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앞서 EU와 합의한 내용을 들고 영국의회의 승인을 얻으려다 지난 15일 230표의 어마어마한 표차로 패배를 맛봤다. 야당인 노동당뿐만 아니라 여당인 보수당의 강경브렉시트파 의원들도 대거 반대한 결과다. 표차이가 예상을 크게 넘었지만, 메이 총리 방안의 부결은 예상됐던 터다.

이 때만 해도 파운드가치는 그다지 타격을 입지 않았다. 오히려 오는 3월29일 브렉시트 시한 연기를 포함한 ‘플랜B’의 기대로 파운드가치는 지난 17일 전날보다 0.78%의 큰 폭으로 절상됐다.

문제는 다음날이었다. 외환시장에서 영국 내 국민투표 재실시 움직임이 주목받았다. 브렉시트를 하려니 이게 걸리고, 저게 걸리는 현실이니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자는 것이다. EU가 브렉시트 방안을 재협상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못을 박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궁여지책이다.

한마디로, 브렉시트 국민투표 재실시는 영국의 백기항복을 의미한다. 큰소리치고 나가더니 다시 들어오겠다고 꼬리를 내리는 격이다.

영국의 체면이 말도 아니게 된 재투표론과 함께 파운드가치가 하루 만에 급락했다. 전날의 절상 폭을 넘는 0.88%의 절하를 기록하며 18일 1파운드당 1.2872 달러로 밀렸다.

그러나 재투표론 또한 만만치 않은 역풍이 감지되자, 이를 옹호하던 제레미 코빈 노동당 대표도 한발 물러나고 있다고 가디언이 21일 전했다.

영국국민들이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를 결정한 2016년 6월23일에서 거의 1년이 지난 2017년 6월21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이 의회에서 연설했다.

이날 여왕의 모자가 전 세계의 눈길을 끌었다. 파란색 바탕에 노란 장식이 달린 모자가 EU의 깃발과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

마치 영국여왕이 EU를 떠나게 될 신세인 자신을 구해달라고 전 세계에 무언의 구조요청을 보낸 듯한 모습이었다.

2016년 6월의 브렉시트 결정은 국제정치의 포퓰리스트화를 나타내는 중대한 계기였다. 약 5개월 후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을 암시한 복선으로도 언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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