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슬론 웰스파고은행 회장, 28일 퇴진 발표

▲ 팀 슬론 웰스파고은행 회장이 2014년 서울 명동 국민은행 본점을 방문한 모습. /사진=뉴시스, KB금융그룹.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금융당국자가 한번 ‘버럭’하면 은행장이 물러난다.

한국에서 흔하게 보는 ‘관치금융’의 전형적인 장면이다. 한국 금융이 낙후된 원인으로 관치금융이 지목되기도 한다. 이 말에는 금융선진국에서는 당국자가 개입해서 은행장이 물러나는 일은 없다는 뜻도 행간에 담겨있다.

그런데 미국의 4대 은행 가운데 하나인 웰스파고은행이 28일(미국시간) 성명서를 통해 팀 슬론 회장의 퇴진을 발표한 과정은 한국 금융에서도 상당히 낯익은 장면이다.

슬론 회장은 이날 컨퍼런스 콜을 통해 은행이 앞을 향해 나아가는데 집중하기 위해 퇴진한다고 밝혔다.

웰스파고은행은 직원들에게 과도한 실적요구를 한 결과, 이들이 고객정보를 이용해 가짜계좌를 만드는 등의 위법행위를 저질렀다. 이 은행은 2016년 소비자금융보호국 등 관계기관에 1억8500만 달러의 벌금을 납부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컨퍼런스 콜에서 당국자의 ‘최후통첩’이 있었는지를 슬론 회장에게 물었으나,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했다.

로이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재무부 산하 통화감독청이 최근 몇 주 동안 웰스파고은행을 비판했다고 전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웰스파고은행에서 벌어진 일은 광범위하게 위험관리장치가 무너진 일련의 사례를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자들이 지속적으로 웰스파고은행에 불편한 심기를 전했던 것이다.

이들 당국자들은 슬론 회장 퇴진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표명이 없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관치’로 은행장을 퇴진시킬 때, 물러난 것을 잘했다고 논평하는 자체가 관치를 입증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

Fed는 2018년 3월, 웰스파고은행에 위험관리가 개선될 때까지 자산 확대를 금지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부과했다. 이 은행은 문제 원인이 된 과도한 실적인센티브를 폐지하고 고객들에게 수백만 달러를 보상했으나 여전히 이미지 실추에 시달리고 있다.

팀 슬론 회장은 이 문제 때문에 지난 12일 미국의회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청문회에 출석했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셔로드 브라운 상원의원은 최근 그의 퇴진을 촉구했다.

슬론 회장 퇴진 후 C. 앨런 파커 법무자문이 회장대행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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