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위원장 '키코 분쟁조정 대상 의문' 발언에 시민단체 "망언 사과해야"
금감원, 키코 재조사 1년만에 분조위 상정 예정…은행 보상비율 주목

14개 시민단체들이 18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에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키코 공대위 제공
14개 시민단체들이 18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키코 공대위 제공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키코(KIKO·파생금융상품)가 분쟁조정 대상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발언한데 대해 키코 피해기업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이하 키코 공대위)는 금융감독원이 키코 사건 재조사를 마치고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 상정을 앞둔 상황에서 최 위원장이 이같은 언급을 한 것은 명백한 '금감원 흔들기'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금융위와 금감원간 갈등설이 불거지고 있는 마당에 최 위원장이 또 다시 키코 문제로 윤석헌 금감원장과 대립각을 세우는 '자충수'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키코 공대위, 금융소비자연맹 등 14개 시민단체는 18일 서울정부청사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키코피해 기업인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망언을 중단하고 즉각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키코를 금감원 분조위의 조정 대상으로 삼은 것은 작년 5월 금융위가 설명회를 열어 지시했던 사항"이라며 "결국 최 위원장 스스로 자신의 입장을 뒤집는 우스운 형국을 만들고 있다"고 개탄했다.

금융위는 지난해 5월 키코 피해기업을 대상으로 금융관련 지원방안 설명회를 열고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키코 피해기업의 불완전판매에 대한 분쟁조정 신청을 접수받아, 분쟁조정 중재안을 도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이어 "키코는 대표적인 금융적폐 사건이자 '금융사기' 사건으로 10년 만에 재조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오랜 기간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 사태를 방관했고 재조사 결과도 사기가 아닌 불완전판매로 반쪽짜리 결론이 나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금융위는 이제라도 금감원과 적극 협력해 키코 사건을 책임감 있게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와 금융당국에 피해기업에 대한 대책마련도 촉구했다. 키코 공대위에 따르면 금감원 분쟁조정 대상 4개사인 일성하이스코, 재영솔루텍, 남화통상, 원글로벌과 함께 배상 수령금 일부를 출연해 '키코사건을 비롯한 금융피해기업을 위한 지원재단' 출범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키코피해 뿐만 아니라 전국저축은행, 동양사태 등 금융피해자들의 지원공익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키코 공대위 측은 "더 이상 금융사기 피해로 고통 받는 피해자들이 없도록 정부와 금융당국이 지금이라도 책임있게 나서서 금융적폐인 '키코 사건'을 바로잡을 것을 요구한다"면서 "키코 피해구제의 정당성을 알리고, 더 많은 금융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가칭) 금융피해 예방과 구제활동을 위한 재단"을 출범을 결의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6월 말 분쟁조정국·검사국 합동 '키코사건' 전담반을 설치하고 4개 기업으로부터 분쟁조정 신청을 받아 키코 재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해당은행들에 대한 자료요청 등 사실조회와 법리검토가 길어지면서 무려 1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금감원은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다고 보고 이달말 분조위에 상정해 은행들의 피해보상 비율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조붕구 키코 공대위원장은 "은행들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사기상품을 판매했다는 것이 저희들의 입장이지만, 금감원이 분쟁조정을 통해서 합당한 합의안을 도출한다면 적극적으로 협력할 의향이 있고 이미 금감원에도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금감원 분조위가 지난 2013년 대법원 판례를 적용해 은행들에게 20~30% 가량의 피해보상 중재안을 제시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이마저도 강제성이 없어 은행들이 이를 수용할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14개 은행과 키코계약을 체결했던 1000여개의 수출 중소기업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환율이 폭등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금감원은 2008년 8월 키코 피해금액을 중소기업 7조5000억원, 대기업은 2조5000억원 등 총 10조원(784개사)으로 추산했다.

반면 키코 공대위 측은 키코 유사상품과 조선업 피해(약 4조원)까지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20조원(1000여개)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금감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총 키코 가입기업 919개사 가운데 475개 리스트 중 235개가 도산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전체 기업을 감안하면 400여개사가 도산한 것으로 공대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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