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UAE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중동 정세 핵심 정상 모두 올해 방한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26일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

중동국가들 간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핵심인 세 나라 정상이 모두 올해 한국을 찾는 것이다.

특히 빈 살만 왕세자는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적 통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서구 언론은 그를 약자인 MBS로 표기하기도 한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란의 후원을 받으면서 테러를 지원한다는 이유로 카타르와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있다.

지난 1월 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한국과 카타르의 경기가 열린 직후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 카타르 국왕은 서울을 방문해 LNG선 60척 가운데 상당수를 한국에 주문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한 달 후에는 UAE의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 겸 UAE군 부총사령관이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건강이 안 좋은 친형 셰이크 칼리파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의 실질적 책임을 맡고 있다. 그의 한국 방문 중 두 나라는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개발과 생산에 대한 기본합의들을 체결했다.

빈 살만 왕세자 역시 올해 84세인 부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을 대신해 국정을 총괄하고 있다.

그가 세계 최대산유국의 대리청정을 수행하는 동안 여성운전 허용과 미국 프로레슬링 WWE 경기 개최 등 서구화를 상징하는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이미지가 크게 악화됐다.

로이터는 "UN 보고서에서 빈 살만 왕세자와 다른 고위 관료들이 카슈끄지 피살과 관련해 조사받아야 한다고 지적한 후 이번 한국 방문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G20 정상회담을 참석하는 길에 이뤄지는 한국 방문이지만, 빈 살만 왕세자로서는 외교 역량을 과시하면서 국제적 비판에 대응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

로이터는 청와대 관계자가 "양국은 에너지와 공공서비스에 관한 협력을 증진하는 합의에 서명할 것"으로 밝혔다고 전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사진=AP, 뉴시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사진=AP, 뉴시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아라비아 경제가 석유의존도에서 벗어나는 경제구조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국영 아람코의 상장도 추진한다.

대외적으로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면서 같은 이슬람 국가인 이란과 강경한 대결을 벌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이슬람국가들의 전통적 적국인 이스라엘과의 대결을 완화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이는 부왕인 살만 국왕에 의해 일부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했을 때, 빈 살만 왕세자는 모호한 태도를 보였지만, 살만 국왕이 아랍정상회담에 참석해 이를 반대하는 전통적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살만 국왕은 그해 8월 아람코의 상장일정도 무기 연기시켰다. 빈 살만 왕세자는 상장 연기의 대안으로 아람코가 중동최대 석유화학회사 사빅을 인수하도록 했다.

부왕이 친정에 나서 빈 살만 왕세자의 정책을 두 차례 뒤집긴 했지만, 그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차세대 지도자라는 점은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제1왕세자로 등극한 과정에서도 살만 국왕이 차기를 그에게 물려주기 위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를 위해 그는 이복동생과 조카를 폐세자했었다.

살만 국왕은 이복형인 압둘라 국왕이 2015년 1월 서거한 후 80세의 나이로 즉위했다. 선왕인 압둘라 국왕은 제1왕세자였던 살만 국왕의 다음 승계자로 또 다른 이복동생인 무크린 왕자를 제2왕세자로 정했었다. 살만 국왕의 즉위와 함께 무크린 왕자는 이복형의 뒤를 이을 제1왕세자가 됐다.

살만 국왕은 새로운 제2왕세자로 조카인 무함마드 빈 나예프 왕자를 임명했다. 빈 나예프 왕자의 부친은 수다이리 왕비의 아들로, 살만 국왕과 동복형제다. 수다이리 왕비는 개국국왕인 압둘 아지즈 국왕의 아내 가운데 가장 큰 힘을 가졌었고, 그의 혈통이 왕실의 정통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왕권이 살만 국왕의 다음다음 대에 이르러 ‘개국 태조’의 아들에서 손자로 넘어가는 것으로 간주됐었다.

그러나 살만 국왕은 이후 왕실의 세대교체를 서둘렀다. 석 달 후 무크린 제1왕세자를 폐하자 빈 나예프 왕자가 자동적으로 제1왕세자가 됐다. 살만 국왕은 친아들인 빈 살만 왕자를 제2왕세자에 봉했다.

하지만 살만 국왕은 승계를 ‘수다이리 혈통’으로 복귀시키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2017년 6월 빈 나예프 제1왕세자도 폐해 빈 살만 제2왕세자를 차기 승계자가 되도록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중의 실세로 알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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