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산은출신 61명 자회사-관계사에 재취업, 올해만 9명 달해
성 의원 "KDB인베스트먼트 설립해 편법으로 재취업 일자리 늘려"

성일종 의원/ 사진=성일종 의원실 제공
성일종 의원/ 사진=성일종 의원실 제공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KDB산업은행 퇴직자들의 낙하산 관행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지적된 후 이동걸 회장이 시정하겠다고 밝혔지만 국감 이후에도 13명이나 자회사 및 관계회사에 재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2015~2019년) 산은 퇴직자의 재취업 현황' 자료를 보면 자회사 등 금융관련사에 17명, PF투자회사에 28명, 일반거래처에 11명, 구조조정 중인 회사 5명 등 퇴직자 61명이 산은 관계회사에 재취업했다. 특히 올해에만 산은 자회사 및 관계회사에 재취업한 인력은 9명에 달했다.

산은은 2016년 10월 대우조선해양 부실사태 대책으로 혁신안을 발표한 후 구조조정기업에는 재취업을 전면 금지한 바 있지만, 관계기업에는 여전히 재취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성일종 의원의 설명이다.

성일종 의원은 "이동걸 회장은 2017년 9월 취임 이후 개혁을 강조했지만 23명이 낙하산으로 재취업했고, 작년 국감 지적 이후에도 13명이나 재취업했다"며 개선의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산은 퇴직자 재취업 현황을 보면 최근 매각을 추진 중인 KDB생명의 수석 부사장 자리에 백인균 산은 부행장이 선임됐다.

산은이 지난 2010년 금호로부터 KDB생명을 인수한 후 4명의 대표이사 중 2명이 산은 출신(안양수·최익종)이다. 지난해 2월 선임된 정재욱 대표의 경우 이동걸 회장과 금융연구원 동료로 인연이 깊다. KDB생명은 이미 3차례 매각이 실패하고, 경영실적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산은 출신이 낙하산 인사로 내려가는데 비판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산은 출신 퇴직자 재취업 현황. /자료=성일종 의원실 제공
산은 출신 퇴직자 재취업 현황. /자료=성일종 의원실 제공

또한 지난 7월 설립된 KDB인베스트먼트(이하 KDB인베스트)에도 산은 출신 이대현 수석부행장 등 3명이 재취업했다. 이대현 산은 수석부행장은 KDB인베스트 대표이사로, 이종철 PE실장은 운용실장으로, 양석환 팀장은 운용지원실장으로 각각 자리를 옮겼다. 또한 임병철 부사장과 김동환 사외이사는 금융연구원 출신이다.

산은이 제출한 재취업 허가 사유를 살펴보면 주주로서 관리·감독 필요성, 투자자 및 대주단으로서의 권리 보호 차원, 거래기업 요청에 대응,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성 의원은 "금융만 전문으로 한 퇴직자가 실물을 같이 알아야 하는 경영진으로 적합하지 않다"며 "그간 산은 출신이 낙하산으로 내려가 해당 기업상황을 악화시킨 사례로 대우조선해양 등 여러 건이 있는데 전문성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그는 "산은이 자회사(KDB인베스트)를 설립해 대우건설 지분 50.75%를 넘겨주고, 편법적인 방법으로 재취업 일자리를 늘린 것은 아닌지 충분히 의심살만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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