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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마이너스금리 도래?...금고 장사만 대박난다
한국도 마이너스금리 도래?...금고 장사만 대박난다
  • 장경순 기자
  • 승인 2019.10.23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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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달러·유로 중심 국제 금융체제, 이제는 근본적 의문을 던질 때다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수학도 골치 아프게 공식을 외우는 방법보다는 좀 더 재미있게 공부하는 길이 있다.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가는 것이다.

가장 예술적인 수학 교육방법이 도표를 그리게 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등장하는 수직선은 이런 예술적 수학 공부의 첫걸음이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중학생 때는 이차원 평면에 함수를 그린다.

사실 그림으로 공부하는 수학은 중학생이나 대학교수나 큰 차이는 없다. 사람이 쉽게 그릴 수 있는 건 이차원 평면이 전부다. 삼차원도 그릴 수는 있지만 대부분 컴퓨터에 의해 가능하다. 머릿속에서 삼차원공간을 그려서 함수를 마구 이동시켜보는 천재가 극히 몇 사람 존재할 수는 있지만, 그런 초능력이 반드시 수학의 최고재능인 것도 아니다.

그림으로 수학을 가르칠 수 있는 선생이야말로 최고의 스승이다. 이런 분 한 사람으로 인해 이 어려운 수학 과목에 수많은 어린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고 재능을 개발할 수 있다.

수학 공부에는 참으로 많은 난관이 있다. 고등학교 때 등장하는 로그와 지수함수는 수학을 계속 공부할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분하는 중대한 갈림길 가운데 하나다.

수학은 싫어했지만 기억력이 좋은 사람은 로그와 지수함수가 서로의 해독약인 것은 어렴풋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 제곱과 제곱근의 관계와 비슷하다.

로그와 지수함수는 간단히 말해서 곡선을 직선으로 바꿔주는 효과가 있다. 특히 통계분석을 할 때 중요한 기술이다.

아무리 통계가 발달했어도, 통계학의 대부분 기술은 이 세상의 중요한 변수들이 직선의 관계에 있다는 전제에서 분석을 한다. 변수들 간에 관계는 있지만 그 관계가 비율에 맞게 변하는 직선관계가 아니라 X가 커질수록 Y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관계라면 회귀분석(리그레션) 등의 선형(linear) 분석을 할 수 없다.

이때 인기를 끄는 기술이 로그함수를 이용한 변수변환이다. X가 아니라 LOG X와 Y의 관계를 그려보면 처음의 기하급수 형태가 아니라 직선에 가까운 형태가 나올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학자는 이제 회귀분석, 분산분석과 같은 다양한 기법들을 마음 놓고 쓸 수 있게 된다.

로그의 이런 속성이 계량경제를 하는 학자들에게 한없이 막강한 분석의 힘을 제공했다.

로그와 지수함수는 오늘날 많은 경제학과 통계학 학자들이 실용적인 연구를 하는데 큰 수단이 돼 왔다.

그런데 금융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커다란 장애물에 부딪치게 됐다.

금리가 마이너스인 시대는 이제 금융학자들에게 로그 사용을 금지시키고 있다.

예측기법을 빼앗긴 학자들이 이제부터는 "누가 알겠어요(Who knows)?"라는 말만 해야 된다면 이것은 '브렉시트'나 '그렉시트' 못지않은 불확실성이다.

스위스 금융기관인 UBS는 2019년 8월 200만 스위스프랑(약 24억 원)의 계좌에 연간 0.75%의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돈을 많이 맡기면 이자를 주기는커녕 오히려 수수료를 떼 가겠다는 것이다.

UBS가 이런 결정을 내린 건 10년 만기 스위스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 0.5~마이너스 0.6%를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돈을 많이 맡아놨다가는 은행이 오히려 마이너스 금리에 따른 부담을 짊어지게 돼서다.

이것도 좋은 의미로 생각하면, 부자들이 은행에 돈을 맡겨만 놓을 것이 아니라 소비를 하라는 취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만약 한국의 상황이라면 그 다음은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금고 판매점. /사진=뉴시스
금고 판매점. /사진=뉴시스

부자들이 소비를 늘리긴 하겠지만, 먹고 입고 쓰고 즐기는 소비가 아닐 것이다. 은행돈을 모두 빼내 보관할 금고를 사거나 금을 사는 데 쓸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마이너스 금리의 본질적 원인은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장래가 불확실하면 저마다 미래에 대비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지금 당장의 소비를 늘리지 않는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현재 1.25%여서 주요국가 가운데서는 비교적 금리가 높은 편에 속한다. 아직은 여유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 여유가 그다지 크지 않다. 만약 1%에 못 미치는 금리가 된다면 그 때부터 제로금리의 관성이 심각해질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추가 금리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금리가 자꾸 0에 가까워지는데도 기대했던 경기부양이 나타나지 않으면 유동성 함정의 문제로 이어진다. 아무 쓸모가 없는 금리를 다시 올려야겠는데, 이미 0에 가까운 금리를 누리려고 빚을 잔뜩 늘린 사람들이 가득하다. 섣불리 금리를 올렸다간 이런 사람들을 모두 파탄으로 내몰 수 있다.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무턱대고 유럽 국가들과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를 흉내 내는 것이 절대 금물이다.

오히려 이들 나라와 미국 등 선진국 금융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대안을 생각해 볼 때다.

미국의 변방국가에 해당하니 무조건 미국만 따라가다 파국도 함께 빠지겠다는 무책임한 태도를 근절해야 한다.

일단 안전자산이란 단어에 대해서도 재고가 필요하다. 과연 달러가 가장 안전한 통화냐.

투자자들한테 인기가 매우 높은 한국정부 국채는 왜 안전자산이 아닌가.

또 안전자산이란 평가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내리나.

만약 달러와 유로중심의 통화체제가 흔들린다면, 그로 인해 이 세상 모든 금융자산이 다 불안전 자산이 되는 것이냐.

오래도록 금융시장 신뢰를 받아온 런던은행간금리(LIBOR)의 권위를 무너뜨린 건 서구 금융인들이다. 그런데 LIBOR를 대체하는 새로운 기준을 정하는 데서 비롯되는 시스템 개편의 고통은 아시아금융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아시아금융시장은 이렇게 세상의 모든 공과 과를 우리 잘못과 무관하게 종속적인 을의 위치에서 뒤집어써야 하느냐.

지금의 국제금융시장은 이런 심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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