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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과 심상정 대화는 중요한 하나가 빠졌다
이주열과 심상정 대화는 중요한 하나가 빠졌다
  • 장경순 기자
  • 승인 2019.11.03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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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한은 국채 매입? 국채는 아직 크게 부족한 것이 있다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2019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에게 금리인하보다 장기국채를 매입할 것을 제안했다. 이로부터 8일 후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 이외 정책수단이 있다"고 말했다.

다시 8일이 지나 국회에서 이 총재는 이에 대한 설명요구를 받았다. 이주열 총재는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이는 양적완화 등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감안할 때 아직은 고려할 단계가 아니지만 연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의원은 소수 진보정당 소속이지만 초선 때부터 거시경제 현안에 대한 연구만큼은 늘 현역의원가운데 최고수준을 과시했다. 2004년 처음 원내 진출한 진보정당이 제도권 정치에 정착한 것은 강경한 '투쟁'보다 이와 같은 학습능력의 과시가 그동안의 거대양당에서 볼 수 없던 것이라고 국민들이 인정한 덕택이다.

이번 채권매입 질문도 허수로 들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그 때문에 16일이 지나 중앙은행 총재가 당장은 아니라도 검토는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방법 자체가 아주 생소한 것이 아니다. 미국과 유로존, 일본 등 주요국에서 이미 시행한 것들이다.

하지만 이주열 총재와 심 의원 대화에는 중요한 요소가 하나 빠져있다. 이 대화가 더 큰 의미를 가지려면 여기에 채권발행과 제도를 담당하는 당국이 동참해야 한다.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오른쪽). /사진=뉴시스.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오른쪽). /사진=뉴시스.

대상이 될 한국의 국고채는 미국과 유로존의 국채와 똑같지 않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의 평가는 전혀 손색이 없다. 한국국채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상당히 존중받는다.

하지만 환영받고 있지는 못하다. 한마디로 이걸 뒀다가 뭣에 쓸 수 있느냐다.

한국국채는 한국 금융시장에서만의 '골목대장'이다. 해외에 나가면 '관상용' 소장품이 될 뿐이다.

미국인이 한국국채 100억 원을 사서 이걸 뉴욕의 미국은행들에 들고 가봐야 담보로 쓸 수가 없다. 은행은 담보물을 받으면 이걸 묵혀만 두기보다 이를 다시 유동화시켜서 다른 금융활동을 벌여야 한다.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은행들이 한국 국채로 이런 활동을 할 수가 없다. 한국의 제도적 장벽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채 100억 원은 외국으로 나가면 액자에 넣어 벽에 걸어두고 "전 세계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한국의 채권을 사왔다"고 전시할 수 있는 정도의 성격만을 갖게 된다.

이렇게 활용도가 떨어지는 국채인데, 한국은행이 이를 매입하는 정책에 돌입하면 물량의 축소까지 가져온다. 물량까지 떨어지면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 국채는 '관상용'도 아닌 잊혀진 존재가 될 것이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정책은 기대한 효과를 가져 올 지도 미지수다.

따라서 이주열 총재와 심상정 의원의 국채매입 토론은 기획재정부가 또 한 축으로 참여를 해야 실질적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대화가 된다.

현실적으로 한국만의 제도적 장벽이 무수한데 무턱대고 채권만 사서 선진국의 양적완화와 똑같은 기대를 할 수 있을까.

외국인이 한국 국채를 사서 유동화시키려면, 원화 계정과 외화계정에 따른 절차, 세금 문제, 예탁원에 계좌 개설 등 수도 없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밖에도 헤아릴 수 없는 장벽들이 숨어있다. 한마디로 곳곳에 바리케이드가 쳐진 것이다.

유독 한국 국채 거래가 이렇게 힘이 드는 근본 이유는 우리 자신이 갖고 있는 두려움에 있다.

특히 외환시장 안정이 외국인들의 채권거래로 인해 뒤흔들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우리 내면에 깊게 자리 잡은 이 두려움이 무의식적인 장애물을 이렇게 잔뜩 만들어 놨다.

한국 채권, 그리고 한국 금융시장 전체가 진정으로 뿌리가 탄탄하게 안정을 얻는 길은 이 세상 모든 사람이 한국의 금융시장과 이해를 함께 하게 만드는 것이다.

세계인들은 사실 우량도가 세계 최정상급 가운데 하나인 한국의 채권에 투자하고 싶은 의지가 가득하다. 이것을 막고 있는 제도적 장벽이 사라진다면, 이들은 한국의 금융시장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겠다는 뜻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훌륭한 역할을 해온 보호 장치들이지만, 더 이상의 확장을 막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재검토를 해야 한다. 무조건 골치 아프니 하던 대로만 하자고 회피할 일이 아니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때를 맞아서 해야 할 변화를 하지 않으면, 조만간 국제금융시장에서 아예 없는 존재가 된다.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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