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사태 통한 금융개혁 시리즈 1]

‘신한사태 통한 금융개혁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맨 처음 주성영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2년 여 전 주 의원 만큼 라응찬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에 대한 실명제 조사 건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의원도 없었거니와 당시 신한금융그룹 사람들로부터 주 의원에 대해  들은 얘기도 아주 많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7월 23일로 기억된다. 필자가 바로 나흘 전 모 일간지 편집국장자리에서 물러난 뒤 잠시 상무 직함을 갖고 뒷방에 머물러 있을 때의 일이다. 당시 신한금융그룹 고위 인사와 서울 시내 C호텔에서 점심자리를 함께 할 기회가 있었다.
 
당연히 화두는 ‘라응찬 회장 금융실명제 조사 건’으로 옮겨갔다. 그 때 신한금융그룹 측 인사들의 관심은 온통 라 회장에 대한 실명제 조사 여부에 쏠려있었다. 그들은 특히 라 회장과 관련된 불리한 기사라도 나갈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필자 또한 편집국장 재직시절 라응찬 회장 관련 기사를 1면 톱에 내 보내려 했다가 강력한 저항에 부딪힌 적이 있다.
 
점심자리에서 신한금융 측 인사는 내게 주성영 의원을 잘 아느냐고 물었다. 왜 그러느냐고 했더니 “주 의원이 금감원을 상대로 라 회장 실명제 조사를 계속 촉구하는데도 그를 말릴 대책이 없어 고민”이라는 것이었다. 주 의원의 선배 검사출신에게 부탁해보고 주 의원과 동향인 TK(대구 경북)지역 정치인들에게 의견을 구해보기도 했지만 속수무책이라는 게 이 신한 측 인사의 하소연이었다. 
 
그러면서 내게 무슨 뾰족한 방법이 없겠느냐고 재차 물었다. 하지만 필자는 주 의원을 알지도 못할뿐더러 “딱히 이것이다” 하고 해줄 말도 없어 “고민해 보겠다”고만 얼버무렸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20년 이상 경제기자만 해 왔던 터라 정치권인사들을 잘 알지 못햇다.
 
신한 측 인사는 또 과천 경제부처 쪽 인사들을 잘 아느냐고 물어왔다. 무슨 일 때문이냐고 했더니 여의도 쪽 사람들은 많이 아는데 과천, 기획 재정부 측 인사들과 연이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 의 이말 속엔 묘한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 여의도 측 인사들은 잘 안다....?  경제기자를 오래 해 왔던 필자가 이 말 뜻을 모를 리 없었다. 왜 금감원의 실명제 조사가 지연되고 있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어쨌든 이 얘기는 추후 논하기로 하고 신한금융측은 당시 주성영 의원을 그토록 경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주성영 의원을 막지 못했다. 요지부동이었다. 주 의원은 감사원 감사청구 끝에 금융감독원으로 하여금 라응찬 회장 실명제 위반 건 조사를 끝내 관철 시켰고 이 일로 라 회장은 결국 옷을 벗어야 했다.
 
또한 이 와중에 라응찬 실명제 건과 관련해 당시 신한금융그룹측 내부에선 2인자였던 신상훈사장을 의심하는 기류가 감지됐다. 신사장 측이 언론 등에 라회장 실명제 건을 일부러 흘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자 신사장측이 나는 절대 아니다며 반발하고 나서면서 신한의 내부갈등은 깊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갈등이 급기야는 라응찬 회장, 신상훈 사장, 이백순 행장 등 그룹 최고위층 3인이 모두 연루된 신한사태를 촉발시킨 게 아니냐는 얘기가 설득력 있게 나돌았고 2010년9월 촉발된 신한사태이후 그들은 점점 더 깊은 진흙탕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도 법정공방중이다. 10월엔 이들 모두 법정 증인으로 출석해 심문을 받아야 할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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