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시기에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중재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2017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2017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제유가 전쟁 중재에 나섰다.

폭스뉴스와 워싱턴이그재미너,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9일(미국시간) "적절한 시기"에 중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사실 국제유가 전쟁의 한 축이기 때문에 중재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이해를 강조해야 하는 입장이다.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확대 요구를 거부한 것은 미국의 셰일가스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은 셰일 생산을 늘리면서 2018년 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산유국으로 올라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유가가 미국경제에 유리하다는 입장을 19일에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러나 지나친 저유가로 셰일기업들이 경영난에 처하면 미국경제 전체에 타격을 줄 것으로 지적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현재 석유시장 상황을 미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의 '3각 멕시코 스탠도프'로 묘사했다. 멕시코 스탠도프는 경쟁참가자 그 어느 쪽도 이기는 전략을 세울 수 없는 상황을 말한다.

한 쪽이 다른 어느 한 쪽을 공격하면 나머지 경쟁자가 공격에 나선 측의 배후를 공격할 수 있다. 삼국지에서는 위, 오, 촉이 서로의 배후를 공격할 빈틈을 노렸기 때문에 60년 동안 대치상태를 이어갔다. 이를 솥이 다리 세 개로 지탱하는 '정족지세'라고 불렀다. 국력이 제일 약한 촉한의 제갈량이 '융중대'라는 국가책략으로 수립한 내용이다.

프로레슬링에서는 '트리플 쓰렛 매치'의 상황이 이와 흡사하다. 세 선수 가운데 한 선수가 다른 누구에게라도 핀폴을 얻으면 게임의 승자가 된다. 한 선수가 다른 선수 가운데 하나를 완전히 제압해 승리를 얻으려고 하면 나머지 한 선수가 이를 방해해야 하는 경기다.

로이터는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게는 증산을 철회하도록 외교적 설득을 하는 한편으로 러시아에 대해서는 경제제재를 활용해 감산을 촉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정을 총괄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로서는 국제유가 전쟁을 통해 전 세계 주요지도자로서 위상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면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제대로 작동할 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석유생산에 의존하고 있는데 수 십 년만의 최저유가는 그들에게 매우 타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저유가의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점유율을 미국에 내준 입장이다. 워싱턴이그재미너는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러시아가 갈등을 회피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설득은 제재를 통한 압력보다 그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개인적 친분에 의존할 가능성이 제시된다.

국제유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의사를 밝힌 이후 급격히 반등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20일 오후 2시19분(한국시간) 현재 북해산 브렌트유 5월물은 배럴당 29.02 달러로 전날보다 1.93% 올랐고 미국산원유 4월물은 26.33 달러로 4.40%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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