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만수 산업은행장. /자료사진=뉴시스

 산업은행이 높은 이자를 주면서 유치한 다이렉트예금으로 인해 5조원대의 ‘아이들 머니’ 위기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한국산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기준 통합민주당 국회의원은 “다이렉트예금의 수신이 5조원을 넘었는데도 당초 서민과 중소기업을 돕는다는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현재 대출실적이 411억원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9월중 5조2797억원에 달한 다이렉트 예금의 수신 금리는 연 4.25~4.5%다. 시중은행 평균 자금 조달 금리 2%의 두배를 뛰어넘는다. 당연히 고객 예금이 몰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렇게 비싼 이자를 지불하며 들어온 돈의 사용은 411억원에 그친 것이다. 나머지 돈은 전혀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고객들에 대한 이자 지출만 가중시키는 것이다.
 
은행 업무에서 은행원들이 여유자금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할 때는 ‘아이들머니(idle money)’라는 이유로 징계에도 해당한다. 초과인출과는 정반대이지만 은행에 손해를 끼치는 면에서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현재 산업은행이 다이렉트예금과 관련해서 무려 5조원의 아이들머니 발생상황에 몰린 것이다.
 
이에 대해 강만수 산업은행장은 “대출을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 그렇다”며 “신용보증기금과 협약으로 진행하는 방법을 고려중이며 대출 요원도 100명으로 확충했다”고 답변했다.
 
밀려드는 예금을 감당못해 산업은행은 고유의 자금 조달 수단인 산업금융채권(산금채) 발행도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산금채 조달금리는 3% 이내인데 반해 다이렉트 예금의 금리는 4%를 넘어 이래저래 은행의 수지 악화는 피할 길이 없는 상황이다.
 
금융계에서는 KDB금융지주회장을 겸하는 강만수 행장의 무리한 시중은행 따라잡기가 근본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일반은행원들이 아이들머니에 책임지고 징계를 받는데, 다이렉트예금이 수조원대의 똑같은 문제를 초래할 경우 이를 밀어붙인 최고경영진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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