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권 내부 이견 조짐에 금융시장에서는 격렬한 비난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일본의 '헬리콥터 머니'가 금융시장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엔화환율이 크게 등락하고 있다. 언론 등을 통해 관련 논의가 자주 노출되면서 엔화환율은 15일 아시아시장에서 한 때 106.32 엔까지 올랐다가 오후 3시50분(한국시간)에는 105.82엔으로 후퇴했다.

헬리콥터 머니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인물은 혼다 에츠로 스위스 주재 일본대사다. 외교관이 금융통화정책을 간여하는 것이 어색하지만, 혼다 대사는 오랜 세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 참모다. 2013년 양적완화를 추진한 주역이며 2014년에는 아베 총리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의 만남을 주선해 소비세 인상을 이끌어냈다.

▲ 혼다 에츠로 스위스 주재 일본대사. /사진=스위스 주재 일본대사관 홈페이지.

그는 자신이 추진하는 정책에 찬성하는 외국 전문가들이 아베 총리를 만나게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이 지난 12일 아베 총리를 만난 것도 혼다 대사가 주선한 것이다.

하지만 헬리콥터 머니에 대해서는 일본의 금융전문가들로부터 격렬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미친 경제학자"라는 혹평은 그나마 현직 외교관이지만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으로는 인정한 것이다. 헬리콥터 머니는 "원자탄을 투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극단적인 비난도 나오고 있다.

일본 최고위층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정황을 드러내고 있다.

크루그먼 교수의 일본 방문은 공개적으로 이뤄졌지만, 버냉키 전 의장의 방문은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다. 아베 총리를 만나기 하루 전에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와 오찬을 가졌지만 일본은행은 논의 내용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와 나눈 대화도 배석했던 하마다 고이치 자문역을 통해 일부 알려졌을 뿐이다. 하마다 자문역은 버냉키 전 의장이 헬리콥터 머니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의 헬리콥터 머니에 대한 평가를 감안해 사전에 의제를 조정했을 가능성도 엿보인다.

현재로서는 혼다 대사의 헬리콥터 머니 주장이 예전의 양적완화나 소비세 인상 연기처럼 적중할 것인지, 이번만큼은 역부족으로 끝날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엔화환율이 15일 106엔을 넘었다가 105엔대로 후퇴한 것은 이런 불확실성에서 비롯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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