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대응 논란도 재무부 아닌 백악관이 나서서 해결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미국 금융시장의 분위기가 크리스마스를 지나자마자 돌변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자칫하면 위기대응이 오히려 패착이 됐다는 결정타를 맞을 뻔한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 과정에서 ‘주군(?)’의 절대적인 신뢰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하지만 여운은 남는다.

겉으로 보기에, 이번 위기는 므누신 장관이 아닌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신에서 비롯됐다. 철저히 트럼프 대통령의 사람인 므누신 장관은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입장이 됐다.

하지만, 최고 권력자와 관련된 일은 속단하기 힘들다. 격찬하는 말이 나왔어도 이와 전혀 다른 결정은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사진=AP,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므누신 장관에 대해 “믿는다. 대단한 재능을 갖춘 사람이다. 매우 똑똑하다”라며 신뢰를 재확인했다.

이어 케빈 하셋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이 26일 폭스비즈니스네트워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므누신 장관에 대해 매우 만족하고 있다는 점을 나는 상당히 확신한다”고 말했다.

므누신 장관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는 발언들이지만, 이런 발언이 나온 자체는 현재 므누신 장관 또한 의문의 대상이 됐음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파월 의장에 대한 비판이 결과적으로는 므누신 장관의 책임론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지난해 그를 Fed 의장으로 강력히 추천한 사람이 바로 므누신 장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Fed 의장 인사의 막바지에 돌입했던 2016년 10월, 당초와 생각이 달라져 재닛 옐런 전 의장의 연임을 매우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옐런 전 의장을 최종후보 3인 중 하나로 남긴 건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므누신 장관을 비롯한 공화당측 인사들이 파월 의장을 선호했다. 므누신 장관은 또 다른 최종후보 존 테일러 스탠포드대학교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에 대해서도 긴축성향이 너무 강하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중앙은행인 Fed의장의 해임은 법원이 인정하는 “정당한 사유”없이 불가능하다. 대통령과의 정책이견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뉴욕타임스가 앞서 전했다. Fed 의장의 독립성과 임기보장은 므누신 장관과 같은 정부각료들이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파월 의장의 정책이 계속 뜻에 안 맞아도 그에 대해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할 것이 없다. 그를 강력히 추천했던 므누신 장관에게 책임추궁이 누적될 일이다.

지난 연말 이후 주가급락에 대한 대응에서도 므누신 장관의 과잉대응 시비가 나오고 있다.

그가 6대 주요은행 CEO들과 전화통화를 한 후 미국 재무부는 “이들 은행이 충분한 유동성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아시아 금융시장이 24일 열리기 전 서둘러 발표한 것이지만 그날 뉴욕주가는 또 한 번 폭락했다. 므누신 장관의 행적이 오히려 ‘지금은 진짜 심각한 상황’이라는 신호를 보낸 결과가 됐다.

27일 시장이 진정된 것은 므누신 장관이나 재무부가 아니라 백악관이 직접 나선 결과다. 하셋 위원장이 파월 의장 경질은 검토하지도 않았다고 밝힌 것이 불안을 크게 가라앉혔다.

므누신 장관은 지난해 8월, 그의 부인 루이즈 린턴으로 인해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그가 스코틀랜드 출신 여배우인 린턴과 결혼한 지 두 달 만이다. 므누신 장관의 켄터키 출장에 동행한 그녀가 정부전용기에서 내릴 때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선글라스, 상하의, 구두가 모두 명품이었다.

한 여성이 “우리 세금으로 이런 여행을 한다”고 비판하자 린턴은 “당신이 나와 내 남편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나요?”라고 응수해 물의를 일으켰다. 비난과 함께 “므누신 장관과 린턴이 내는 세금을 분리해서 따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린턴은 사진을 삭제했고, 므누신 장관은 출장경비를 반납했다.

린턴은 한 해전엔 젊은 시절 잠비아에서의 봉사활동에 관한 책을 썼는데, 백인우월심리로 잠비아를 왜곡되게 묘사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린턴은 책들을 회수했다.

린턴 부인으로 인한 몇 차례 소동은 므누신 장관을 여론에도 취약한 인물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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