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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박사 "아시아금융이 불안? 어디는 안전한가?"
IMF 박사 "아시아금융이 불안? 어디는 안전한가?"
  • 장경순 기자
  • 승인 2019.12.22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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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한국과 아세안 우량 자산, 미사일 발사대처럼 고립돼 있다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국제통화기금(IMF)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만모한 싱 박사가 2019년 12월 서울에 왔다. 세미나에 참석한 그는 "우량 금융자산의 축소로 인해 채권시장의 수요와 공급 기능이 약해졌다"며 "세계 금융시장이 우량자산 부족에 시달릴 경우 아시아의 우량 담보물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참석자가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만약 그 과정에서 금융위험이 전가되면 어떡할 것인가." 동남아시아 금융시장의 불안이 한국 등 상대적으로 우량한 다른 시장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싱 박사는 짧은 반문을 던졌다. "아시아 아니면 어디는 안전한가."

그의 반문은 서구 금융의 노예노릇을 하면서 자위하고 있는 아시아 금융의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이미 서구 금융시장에서 전가되는 억울한 위험을 수도 없이 감수하고 있는 한국 시장이 동남아시아에서 오는 위험은 무서워서 이곳에 담겨있는 엄청난 가능성을 외면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미래 개척의 차원에서 '남방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상당히 많이 배웠다는 한국의 금융인들조차 여전히 특정 상대국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현실이다.

만모한 싱 IMF 선임 이코노미스트. /사진=장경순 기자.
만모한 싱 IMF 선임 이코노미스트. /사진=장경순 기자.

싱 박사는 현재 아시아 금융을 '발사대(silo)'라고 묘사했다. 원래 곡식 창고를 뜻하다가 미사일 발사대로도 쓰이는 단어다. 요즘에는 직장 내에서 타 부서와의 교류를 마다하고 자기들만의 성벽을 쌓고 있는 사람들을 의미하기도 한다. 싱 박사는 일본 국채(JGB) 시장도 이와 같은 발사대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국가 간에는 서로 발사대 형태로 교류가 막혀 있고 오로지 서구의 이른바 우량자산 투자에만 몰두한다. 그러다가 리먼 브러더스 사태처럼 서구인들이 부실을 저지르고 나면 그 부작용을 아무런 항변 한 번 못하고 그대로 뒤집어쓴다.

사실 2008년의 이 사태는 아시아국가들까지 너도나도 서구 우량자산 매집에 매달린 데서 비롯된 면이 있다. 우량자산이 부족해지니 미국 시장의 별로 우량하지도 못한 것들까지 자기들 멋대로 우량하다는 평가를 덧붙여 전 세계에 팔아댔다. 그것들이 결코 우량자산이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지는 데 별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전 세계가 금융위기에 빠졌다.

서구 금융인들 가운데 일부가 부정하게 리보금리를 조작한 여파로 이제 리보금리를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순전히 남의 잘못으로 초래된 리보 대체에 따라 아시아 금융회사들은 막대한 돈을 들여서 내부시스템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

경제수준은 서구에 못 미치지만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은 아시아는 서구금융인들이 봤을 때 매우 쓸모가 많은 위험방지 장치다. 자기들이 잘못을 저질러도 규모가 큰 아시아가 충격의 상당부분을 분담해가기 때문에 마음 놓고 개판을 칠 수도 있다.

그러면서 자신들에게만 특화된 'BIS 기준'을 강요함으로써 아시아만의 고유한 것을 개발할 수 있는 여력을 박탈한다.

이 주제에 대한 얘기를 마무리하면서 강조하는 것은 이제 서구 시장에는 남아있는 단물을 찾는 것이 거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듣도 보도 못한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그렉시트' 위기를 초래했던 그리스마저 마이너스 금리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정말 여러 번 생각을 해야 할 일이다. 위기에 빠졌던 나라가 위기를 탈피해 초저금리 채권을 발행한 것은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그 본질이 위기극복이 아니라 쏟아지는 화폐 때문이라고 한다면 덩달아 여기에 발을 담글 일이 절대 못된다.

단일통화 유로도 이것이 1990년대 초 소수의 안정된 시장국가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된 것과 현실을 비교해 봐야 한다.

유로는 경제와 금융적인 고려뿐만 아니라 정치적 고려로 인해 당초 구상되던 것과 상당히 다른 통화가 됐다.

이게 처음 논의됐을 때는 프랑스와 같은 선진국마저 GDP 대비 부채비중 기준으로 인해 가입이 되느냐 안되느냐 옥신각신했었다. 지금은 미국과 러시아에 맞서는 별도의 블록을 형성한다는 명분으로 1990년대 독립한 나라들까지 대거 가입했다.

그렇다면 한국이 이보다 못할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동남아시아가 유로존보다 떨어지면 무엇이 얼마나 떨어지나.

금융의 아시아 자학주의를 빨리 떨쳐내야 한다. 그리고 아시아 고유의 금융정체성을 찾고 자체의 권위체 마련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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