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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임금은 '만두 한 쪽'의 희망이 아니다
기본임금은 '만두 한 쪽'의 희망이 아니다
  • 장경순 기자
  • 승인 2020.02.23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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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엘리미네이션' 아닌 '패자부활전'이 보장돼야 한다
드라마 '정도전'의 이인임. /사진=KBS드라마 유튜브.
드라마 '정도전'의 이인임. /사진=KBS드라마 유튜브.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믿을 건 부동산밖에 없다는 건 구체적으로 담보가 되는 건 부동산 밖에 없다는 말이다.

금융기관이 고객의 신뢰를 평가하는 차원에서만이 아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사람에 대해 평가하는 건 은행이 대출고객 심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사람에 대한 평가가 부동산을 얼마나 갖고 있나, 거기에 추가로 수입이 얼마나 되는가에 달려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앞으로 이 사람이 얼마나 큰 공헌으로 갚을 수 있느냐고 평가하는 길이 막혀있다.

'리그'에서 이탈하는 사람이 수없이 쏟아진다. 사람이 곧 자원인데 이탈자만 자꾸 늘어나는 건 사회안전망의 차원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패자부활전'의 부족이다. 한 번의 경쟁에서 탈락하면 '승강제 없는 2부 리그'로 전락시킨다. 말하자면 '엘리미네이션' 방식이다.

하지만 사회는 절대로 일부 '금수저' 출신의 엘리트 재원들만 존재하는 것으로 유지할 수 없다. 만약 그런 사회라면 금수저 중에서도 더 등급을 나눠서 최상층에 포함되지 못한 사람이 또 다시 탈락자가 될 것이다.

소수 엘리트들이 훌륭한 시스템을 이끌어가는 건 몇 만 배 이상 더 많은 사람들의 왕성한 부가가치 활동이 있을 때 가능하다.

출신학교도 변변치 않고, 번듯한 일자리도 없다. 부모가 많은 부동산을 가진 부자도 아니다.

이런 사람에 대한 자원배분을 극도로 꺼리면 이들은 점점 더 리그에서 탈락한다. 최소한의 사회 안전제도인 먹고 입는 생필품 지원제도에 따라 지원금이 나오는 날이면 저소득층 거주지의 매출이 잠깐 오르다 며칠 만에 잠잠해진다.

KBS의 2014년 '정도전'은 단지 역사뿐만 아니라 사회문제에 깊이 있는 시각을 드러낸 명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드라마에서는 최초 악역인 이인임이 수많은 명대사를 남겼다. 그 가운데 하나는 "만두 한쪽 얻어먹을 희망이 있는 사람은 반역을 꿈꾸지 않는다"다.

만두 한 쪽 때문에 순종하는 사회는 그 자체로만 보면 시급한 문제는 없어 보인다. 내일도 어떻든 살아갈 희망이 있기 때문에 대중들 스스로 불만의 표출을 억제하는 속성도 갖고 있다.

그러나 바로 옆, 다수 대중들 스스로가 사회에 새로운 동기부여를 하는 곳과 비교하면 만두 한쪽 나눠주는 사회의 단점이 뚜렷이 드러난다.

만두 한 쪽 얻어먹기보다 더 많은 것을 스스로 만들어 먹을 줄 아는 사회는 자원이 더 많아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스스로 동기부여를 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구성원들이 꿈을 꿈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현실로 가져 올 의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두 사회의 차이는 만두 한 쪽을 어떻게 나눠 주느냐에서 비롯된다.

'선심성 현금 배당'과 미래의 환원을 전제하는 기본임금의 차이다.

기본임금은 새롭게 사회에 진입하는 사람들이 더 길고 크게 내다보면서 장래를 설계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

기본임금을 주는 국가 또는 다른 공동체는 미래의 환원이 최대한 가능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세상은 점점 더 많은 일손을 필요로 하지 않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기업이나 국가나 빠르고 정확하고, 광범위한 배경지식을 가진 AI가 사람의 역할을 대신하는 영역은 점점 더 늘어난다.

그런데 AI는 욕구가 없다. AI가 스스로 욕구도 갖도록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 하더라도 이것만큼은 인간성의 근본문제로서 허용해서는 안된다.

사회가 어떻게 바뀌면 좋겠다는 희망사항만큼은 전적으로 다수 대중의 사람들이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 별로 없어졌다 하더라도, 이들은 끊임없이 세상을 이렇게 저렇게 바꿔가야 한다는 요구를 만들어내야 한다. 만두 한 쪽만 얻어먹는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갖지 못한다.

기본임금을 설계할 때는 이걸 받는 사람들이 이런 방식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유발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무조건 얼마나 많은 돈을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나눠 줬는가로 만족하는 선심성 현금 돌리기는 한국인 고유 정서에 용납되기도 어렵다. 선거에서 표를 얻겠다는 의도로 한다면, 아마 돈만 받고 표는 다른 사람에게 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기본임금의 사회 재환원 장치는 일정 시기가 지나면, 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인력동원에 언제든 응하도록 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것은 심도 있는 연구를 거쳐서 고안해 낸 것이 아닌 하나의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일 뿐임을 덧붙인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나 애플의 스티브 잡스처럼 빈 주차장 하나만 있으면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사람이 분명히 한국에도 있다. 이 사람들이 대성공을 이루기전까지 굶거나 병들어 사라질 걱정만큼은 덜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평생 기다려줄 수는 없다. 기본임금을 졸업해야 하는 동기부여도 있어야 한다. 베조스나 잡스처럼 대성공을 거둔 사람은 스스로도 기본임금 수혜자에 남아있을 까닭이 없다.

그러나 몇 차례 경쟁에서 운이 따르지 않은 사람은 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노동력 동원에 언제든 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춤으로써 기본임금을 받는 자격을 유지한다. 이것은 한 번의 경쟁에서 패한 사람도 여전히 체제의 틀에서 또 다른 다음 경쟁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래 세계에서는 이렇게 해서 공동체에 할 수 있는 역할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다. 이보다 더욱 큰 역할은 일정한 소득을 바탕으로 다양한 소비활동을 하면서 사회 전체에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달라는 동기부여를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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