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통령, 거듭된 돌출 행동... "국내현안 앞세운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가뜩이나 해결전망이 안 보이는 국제유가 폭락이 국가원수들의 '리더십' 대결까지 겹쳐 첩첩산중이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이 지난 9일 마련한 일평균 1000만 배럴의 대량 감산합의는 뜻밖에 30만 배럴을 못 줄이겠다는 멕시코의 고집으로 일격을 맞았다. 이날 합의는 멕시코의 동참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국제상품시장에서의 국제유가 폭락을 통해 평가절하되고 있었다. 여기다가 멕시코 거부까지 겹쳐 체면마저 구기게 됐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사진=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페이스북 페이지.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사진=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페이스북 페이지.

감산합의를 주도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비록 국제유가 폭락을 막지는 못했지만 하나의 성과는 있다. 두 나라가 강조하는 미국의 동참 필요성이 분명해진 것이다.

하지만 멕시코의 '몽니'는 전혀 예상 밖이다. 이에 대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응은 '분노'인데 비해 러시아는 '무시하기'로 대응하고 있다.

러시아 관영언론 타스의 11일(러시아시간) 보도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회의에 참석한) 23개 국가 가운데 22개 국가가 특정한 수준의 원유감산에 합의한 것은 산유국 장관들의 무조건적인 성공"이라고 평했다. 더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가 못하는 30만 배럴 감산 가운데 25만 배럴 감산을 대신 맡아주겠다니 더 이상 여기에 매달려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러시아의 분위기다.

그러나 로이터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장관인 압둘라지즈 빈 살만 왕자는 한 나라에 예외를 허용하면 다른 국가들도 예외를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압둘라지즈 왕자는 회의 후 "타협의 성공이 멕시코 동참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멕시코는 나이지리아와 함께 세계 12위, 13위 산유국 지위를 주고받고 있다. 석유감산에 대한 국제적 논쟁에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달 초부터 기이한 언행을 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 4일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합의를 촉구하면서 "인간성에 기초한 책임감은 어디 있으며 세계적인 형제애는 어디 있는가. 국가의 지도자들은 어디 있는가"라고 물었다. 냉정한 이해를 바탕으로 빈틈없는 말투가 오가는 협상문제에서 정치인 특유의 구호성 발언은 상당히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멕시코는 정작 감산에 대한 타협이 이뤄지기 직전 이를 거부함으로써 더욱 커다란 시선을 집중시켰다.

로이터는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자신의 국내정치 현안을 우선시하면서 국제적인 관심을 멕시코로 집중시켰다"고 전했다.

로이터가 전하는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국내현안은 멕시코 석유기업인 페멕스의 경영정상화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일평균 40만 배럴 감산은 무리고 10만 배럴 감산만 가능하다고 밝힌 이유는 과다채무에 시달리는 페멕스를 위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직후부터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쌓겠다고 강조하자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밀어붙이기식 '트럼프주의'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약자의 처지로 국제뉴스에 자주 등장했다.

그러나 뜻밖에 그는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교착상태 해결자'라는 매우 긍정적 이미지를 선사하며 자신이 촉발시킨 논란의 해결책까지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의 감산고통을 떠맡아 주겠다고 나선 것은 멕시코 외교관들을 당혹스럽게 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들은 이에 대해 멕시코가 언젠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페멕스를 강조하는 것은 애국적인 이미지를 과시하기는 하겠지만 그가 페멕스의 상태를 실질적으로 호전시킬 수 있을 지는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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