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북한이 6개월 전인 4월15일 열병식을 열었을 때, 상당수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상당히 자제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대북 경각심을 높일 이유도 없고 그 무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칼빈슨 항공모함 전단을 한반도로 이동시킨 것이 이유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말하자면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책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시각과 달리, 방세현 시사정책연구소장은 북한이 절대로 후퇴한 것이 아니라 엄청난 것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또한 러시아의 존재가 더욱 부각되면서 이 때 열병식을 계기로 한반도 지정학의 모든 ‘게임 변화’가 시작됐다고 당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진단했었다.

그는 이 때 등장한 차량 하나를 주목했다. 러시아 관영언론에서 살짝 언급하기도 했지만, 이 차량은 러시아의 토폴M 미사일 발사대와 매우 흡사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 북한의 4월15일 열병식에 등장한 미사일 발사대. /사진=뉴시스, 조선중앙TV 화면캡쳐.


토폴M 미사일 발사대처럼 보인다는 의견은 방 소장만 제시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당수 다른 전문가들은 ‘허장성세’로 간주했다. 북한 정권을 수립한 김일성 탄생일에 뭔가는 보여줘야겠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대응이 있으니 겉모습이라도 눈길 끌만한 것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세현 소장은 “현존 전략무기의 최정점에 있는 것이 토폴M”이라며 “이와 유사한 발사대를 보여준 자체가 미사일 시험 발사 이상의 신호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4.15 열병식을 전후해 한국으로 향했다던 칼빈슨 항모전단의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유례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방 소장은 이때부터 북한과 러시아가 긴밀한 협력을 통해 동북아시아 정세를 바꾸고 있다고 진단한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대국굴기’가 자승자박이 되면서 핵심세력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열병식에서 일단 빈 통만 보여줬던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3개월 후 내용물을 입증했다.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4일이다.

북한은 이날 4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전문가들은 미사일의 발사거리를 9000~1만2000 킬로미터로 저마다 다르게 추정했다. 이처럼 거리 추정이 다른 것은 정상발사각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방 소장은 이에 대해 “발사거리를 이용해 절묘한 책략을 벌인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 발사각도로 계산한 1만2000킬로미터라면 괌 뿐만 아니라 미국 본토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9000킬로미터로 축소 추정할 수 있는 여지도 남겼다. 이것은 러시아의 외교적 부담을 더는 근거가 됐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니라 중거리미사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니니 러시아에 심각한 위협이 아니고 그에 따라 러시아는 이에대한 제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이어간 것이다.

이어서 북한은 경술국치일인 8월29일, 일본 상공을 넘어 태평양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넘어간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일본은 국민들에게 대피명령을 내리고 일부 철도의 운행을 정지했다.

9월3일에는 여섯 번째 핵실험을 실시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때까지 실시했던 실험횟수와 같아졌다.

▲ 방세현 시사정책연구소장.

북한 정권 수립일인 9월9일에는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없이 핵개발을 자축하는 행사를 하면서 보냈다. 일부 섣부른 관측통들은 북한이 미국에 대해 서둘러 카드들을 보여주다가 소진한 것이라는 의견을 꺼냈다.

그러나 북한은 15일 다시 일본 상공을 넘어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후 UN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격렬한 비난을 주고받으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을 한발 앞서 진단해 온 방세현 소장이 최근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북한이 현재 국면에서 최대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핵보유국 인정과 미국과의 외교 정상화를 이루고 나면 한반도 정세 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 전체의 정세가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지는 주제별로 방세현 소장과의 인터뷰를 연재하기로 한다. 방 소장은 한국의 대다수 전문가들이 냉전시대로부터의 시각에 묶여 있지만, 동북아시아 정세는 더 이상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과 한 편이 돼서 미국에 맞서는 정세가 유지되지는 않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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