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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재용, '이건희 불도저'를 꺼낼 때인가
삼성전자 이재용, '이건희 불도저'를 꺼낼 때인가
  • 장경순 기자
  • 승인 2019.04.23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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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보는 앞에서 불량제품 불도저로 부숴버리던 삼성의 폴더블폰이라면...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월스트릿저널 기자가 삼성전자 폴더블폰으로 핫도그 먹는 시늉을 했는데, 솔직하게 별로 화는 나지 않는다. 동영상에 비호감 표시는 많다. 그런데 그게 화가 나서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냥 별로 웃기지 않는다. 나름 풍자하고 비꼬려했는데 촌철살인의 느낌은 없고 뻔히 예상되는 개그소재가 예상된 시점에 나오는 느낌이다. 안 웃겨서 비호감을 누른 것이지, 내 회사도 아닌 남의 회사 조롱했다고 화가 나기까지 할 일도 아니다.

중요한 건, 외신기자 동영상의 대박이냐 쪽박이냐가 아니다. 과연 폴더블폰이 성공적으로 출시돼서 답보상태에 접어든 한국 수출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냐. 더 나아가 삼성이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자꾸 등장하는 품질 문제를 근절할 수 있느냐다.

현재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행체제다. 이건희 회장이 2014년 병상에 누운 후부터다. 현실적으로 명백한 3세시대로 간주하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삼성의 임직원들에게 ‘2.5세 경영’같은 애매한 면도 아직 남아 있을 것이다.

삼성제품에서 자꾸 말썽이 빚어지면, 현재 경영권과 관련해서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과연 회장이 건재하면 어땠을까라고 비교를 하게 된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이건희 회장이 2014년 5월 병상에 누운 후 블룸버그는 그해 8월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을 집중분석하는 기사를 내놓았다.

이 기사에서 블룸버그는 이건희 회장의 1995년 일화를 소개했다. 2000명의 직원을 모아놓고, 이들이 보는 앞에서 불량 이동전화 15만대를 소각한 후 잔해를 불도저로 부숴버렸다.

누가 봐도 명백한 메시지였다. 삼성그룹 전 직원이 섬뜩하라는 얘기였다. 삼성그룹 창립 48년이었던 이 때 이건희 회장은 취임 8년 후였다.

블룸버그는 이재용 부회장의 성격이 부친과는 상당히 다르다고 전했다. 서구인들의 기준에 훨씬 더 비슷해서 말이 더 잘 통할만 하다는 기대가 행간에 담겼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공장을 방문하면 직원들의 허름한 차는 보이지 않는 뒷공간에 주차시켜야 했다고 일본인 직원이 밝혔다. 도이체방크의 한 금융전문가는 파티에서 젊은 사람이 건넨 명함을 받고서야 그가 이재용 부회장인 것을 알았다.

불량제품에 대해서도 이 부회장의 전혀 다른 태도가 소개됐다. 그는 품질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뜻을 직원들에게 전하는 방식으로 자기 집무실을 소니제품으로 가득 채웠다.

이병철 창업회장과 이건희 회장이 다르고, 또 이재용 부회장이 다른 경영성향을 지니고 있다. 탈권위적이고 보다 더 온건한 직장분위기는 기대해 볼만 하다.

그런데 이런 합리적인 성격이 절대로 ‘만만하다’는 오해를 사면 안되는 것이다. 경각심이 느슨해지고 판단의 치밀함이 떨어져 감당하기 힘든 리콜사태도 일어나고 별로 유머스럽지도 않은 조롱을 얻는 건 아닌지 돌이켜 볼 일이다.

삼국지 오나라 마지막 황제 손호는 패망 후 진나라 대신들의 놀림감이 됐다.

“그대가 신하들의 얼굴을 벗겼다는 말이 사실이오?”라는 질문을 받자 손호는 “무릇 남의 신하가 돼서 그 임금을 시기하고 음해하려는 자는 마땅히 그같이 벌해서 천하의 본보기를 삼아야하오”라고 대꾸했다. 묻는 사람 역시 진나라 황제에게 신하인 마당에, 오히려 자신이 뜨악해지는 대답만 얻었다.

봉건시대와 달리 지금은 사람 얼굴커녕 털끝하나 함부로 손대면 안되는 세상이다. 하지만 그 시대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게 있다. 남으로부터 월급을 받아먹으면 절대 일에 차질이 생기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기본중의 기본이다. 경쟁자들보다 더 월등해서 회사도 발전하고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그 다음 얘기다. 말썽이 안 나게 책임을 다 하는 것부터 확실해야 된다.

200만원 넘는 스마트폰에 핫도그 기름을 묻히며 생쇼를 하려고 혈안이 된 기자는 얼마든지 세상에 넘쳐난다. 외신이든 내신이든, 기자들은 원래 이렇다. 출시에 앞선 시제품이라고 해도, 비닐 한 조각이 느슨해진 상태로 이런 사람들에게 전달되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세계 초일류 전자기업 관계자들이 전혀 몰랐을 것 같지는 않다.

지금 삼성은 새로운 실질총수나 임직원 모두 상당히 경각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싶다. 새 주인 무서운지 모르는 직원들만 탓하기도 어렵다. 누구나 다 아는 일이지만, 3년 전 무리한 경영판단으로 이 부회장 자신이 엄청난 고난을 겪었다.

만시지탄이나, 사주와 임직원 모두 과거를 거울삼아 서로에게 한 치 빈틈없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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