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배상 예상…향후 분쟁조정 가이드라인될 듯
금융위원장-키코위원장 첫 면담 갖고 지원방안 논의

[초이스경제 임민희 기자]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이달 중 키코(KIKO·파생금융상품) 관련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 개최를 예고하면서 피해기업들이 10여년 만에 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조붕구 키코 공동대책위원장이 단독 면담을 가지면서 피해기업들에 대한 금융지원 기대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일성하이스코, 재영솔루텍, 남화통상, 원글로벌 등 4개 기업이 제기한 키코 분쟁조정과 관련해 조만간 은행들과 협상을 마무리 짓고 배상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금감원 분쟁조정2국 관계자는 "키코 관련 분조위 개최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은행들과 배상비율을 놓고 계속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분조위는 통상 화요일에 정기 개최되나 5일에는 키코 안건 상정계획이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키코 피해배상 예상비율은 20~30%로, 금감원은 은행들과 상당한 의견절충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지난해 6월말 4개 기업에 대한 분쟁조정 절차에 착수했으며 이들 기업의 키코 손실액 규모는 총 1688억원 정도로 한국씨티은행, DGB대구은행, KEB산업은행 등 6개 은행이 걸려 있다.

금융감독원 전경.
금융감독원 전경.

윤석헌 금감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키코 분조위를 곧 개최하겠다"며 "배상비율은 30% 수준을 참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윤 원장은 지난달 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10월 안에 분조위를 열겠다"고 말했지만 은행들과 배상비율을 놓고 조정과정이 길어지면서 이달로 또 다시 연기됐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이하 키코 공대위)는 분조위 결과가 나오는대로 법원 판결을 받지 않은 150개 기업에 대한 배상문제도 추진할 계획이다. 조붕구 위원장은 "금감원에서 키코 배상안이 결정되면 가이드라인으로 제공될 것"이라며 "150개 피해기업의 명단을 받아 배상안을 토대로 은행과 협상해 배상을 받거나, 안되면 분조위를 신청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배상안이 강제성이 없어 은행들이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으나, 최근 파생결합상품(DLF·DLS) 대규모 손실 사태로 부정적 여론이 강한 상황에서 금감원과 적정선에서 타협할 것이라는 시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조 위원장은 지난 1일 진행된 은성수 금융위원장과의 면담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키코 사건 10년 만에 금융위원장을 만나 근본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대화를 나눴다"며 "이번 면담에서 피해 기업인들의 경영정상화와 키코 사건 민관합동조사위 설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지난해 5월 키코 피해기업을 대상으로 금융관련 지원방안 설명회를 열고 ▲신규금융거래 ▲구조조정 ▲일시적 경영애로 해소 ▲분쟁조정 ▲대표자 채무재조정 ▲재창업 지원 등 6가지 지원방안을 제시했지만 금감원 분쟁조정만 이뤄졌을 뿐 금융지원은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다는 게 공대위 측의 설명이다.

조붕구 위원장은 이번 면담에서 피해기업 경영정상화 방안으로 연대보증인 보증 해지 및 보증채무 면제, 피해기업에 대한 전폭적인 수출 보증지원, 원활한 경영활동을 위한 키코 피해기업 및 대표자 신용등급 상향, 한국은행특융이자율 적용을 요청했다. 

또한 키코 및 DLF·DLS 사태 피해구제 방안으로 구제기금 조성, 키코 피해기업 지원 전용 재기지원 펀드 조성 및 해외시장 개척자금 지원, 키코 피해 보상금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세금 및 제비용 감면 등 총 7개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은성수 위원장은 확답을 하진 않았으나 피해기업들의 상황을 파악해 방안을 찾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1000여개의 수출 중소기업들은 14개 은행과 키코 계약을 체결했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환율이 폭등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금감원은 키코 피해금액이 중소기업 7조5000억원, 대기업은 2조5000억원 등 총 10조원으로 추산한 반면 공대위는 키코 유사상품과 조선업 피해(약 4조원)까지 감안시 피해규모가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 1일 DLF·DLS 관련 금융회사들에 대한 합동 현장검사를 마무리했다. 특히 두 은행의 불완전판매 의심비율은 중간조사 결과(20% 안팎)를 훨씬 웃도는 5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위는 금감원 조사결과 등을 토대로 다음 주에 사모펀드 제도개선 종합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파생결합펀드(DLF) 분쟁조정 절차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DLF와 관련해 250건의 분쟁조정이 접수됐다"며 "현재 사실조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분쟁 건에 대한 은행 측 답변이 오면 양쪽의 주장을 서로 비교하며 본격적인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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