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들어 산업은행이 정책금융공사와 두 갈래로 갈라지고 민영화 정책마저 표류하면서 은행자체의 위상은 크게 흔들렸지만 외연은 그렇지 않았다. 산은지주와 산업은행의 외연은 그 어느 재벌그룹도 따라 오기 힘들만큼 왕창 커지고 있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증권, 산은자산운용 등 옛 대우그룹이 망하면서 떨어져 나온 대우계열사들을 책임지는 것도 모자라 이제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감당하지 못하고 내놓은 부실 계열사까지 속속 떠안아야 했다. 금호생명과 대우건설이 그것들이다. 대우건설은 대우그룹이 망하면서 떨어져 나온 기업이기도 했고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내놓은 기업이기도 했다.

이들 기업이 산업은행의 우산 아래로 들어오면서 이 은행이 거느리는 문어발 수는 더욱 늘어만 갔다.
 
이명박 정부 초기인 민유성 행장시절 금호아시아나 그룹 계열이던 금호생명이 KDB생명이라는 새 간판을 달고 산은지주의 품으로 들어왔다. 금호그룹에서 부실해진 보험사를 산업은행이 자본확충까지 해 가며 계열사로 편입시킨 것이다.
 
민 행장은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을 담당하던 최익종 부행장을 KDB생명 사장으로 직접 내려 보내면서까지 생명보험사 살리기에 적극 나섰다. 최 사장이 부여받은 임무는 막중했다. 산업은행과 대우증권 등 같은 계열의 거대 금융회사와 손잡고 KDB생명을 어떻게든 정상궤도에 올려놓으려 동분서주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산업은행 수장이 강만수 행장으로 빠뀌면서 최 사장은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중도 퇴진 하는 비운을 맞았다.
 
민 행장은 금호그룹 소속 대우건설까지 떠안았다. 전 정부 때 대우건설을 인수했던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승자의 저주’소리를 들으며 대우건설을 더 이상 이끌 수 없는 상황에 몰리자 민행장은 대우건설 처분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채권은행장 신분으로 대우건설의 새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STX그룹 강덕수 회장을 만나 인수 제안을 하는 등 만방으로 뛰었지만 헛수고였다. 중견 재벌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기엔 건설경기 전망이 너무나 나빴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 비싼 돈을 주고 사들였던 탓에 인수가격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게다가 대우건설의 경우 금호아시아나에 인수된 뒤에도 최고경영자를 바꾸지 못하는 등 고용 경직성까지 지니고 있었다. STX그룹 등이 대우건설 인수를 검토했다가 나중에 포기한 것도 이런 요인들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어쨌든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자 결국 대우건설마저 산업은행이 떠 안는 신세가 됐다.
 
반면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같은 문어발 자르기 시도는 물거품이 되어갔다. 2008년 4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무섭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며 대우조선해양인수에 나섰다. 계약금 3000억원까지 내걸고 호기 있게 다가갔다. 그러나 헛수고였다. 대우조선해양은 한화그룹이 만만하게 인수할 만한 그런 기업이 아니었다. 한화그룹이 인수하기엔 덩치가 너무나 컸고 인수가격이 너무나 높았다. 리먼 사태 여파로 세계 조선경기도 녹록치 않았다. 결국 한화그룹은 계약금3000억원만 물린채 대우조선해양인수전에서 손을 떼야 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너무나 큰 도박이었다.

이렇듯 이명박 정부 5년내내 산업은행이 팔려고 내놓은 기업은 팔리지 않고 산업은행더러 책임져 달라는 기업만 늘고 있었다. 당연히 금융자본이 이렇게 많은 거대산업을 지배해도 되는 것이냐는 비판이 뒤따랐다.
 
그러나 산업은행을 난처케 한 것은 이뿐이 아니었다. 산업은헹이 거액의 자본까지 수혈해가며 야심차게 키우던 일부 인수기업이 산업은행의 체면에 먹칠을 하고 나온 것이다. 대우건설이 4대강 사업 등과 관련해 각종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는 등 계속해서 수치스런 일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산업은행이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가며 부실을 덜어주고 갱생의 기회를 제공했건만 정작 대우건설 일부 경영진은 불미스런 일에 연루되며 산업은행에 보담은커녕 되레 짐이 되고 있었다. 산업은행이 출자회사 관리가 시험대에 오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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