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이순철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만필자보다 학년으로 3년이 더 위인 '작은 형' 급의 나이다.그의 야구경기를 처음 본 것은 1980년 4월말 어느 날이다. 연중 고교 첫 대회인 대통령배의 4강 경기였다. 중앙중학교 3학년인 나는 중앙고등학교와 광주상고의 4강 경기에 단체응원을 갔다. 앞선 광주일고-충암고 경기는 선동열의 광주일고가 비교적 쉬운 승리를 거뒀지만 우리 학교는 1대2의 접전 끝 패배를 당했다.그 때는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오로지 "지축을 박차고 포효하거라" "계산 호랑이를 누가 당하랴"라며 응원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스탠퍼드대학교의 대표적인 건물은 메모리얼처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메인쿼드다. 아라비아풍이 결합된 석조 건물 회랑이 사각형 형태로 넓게 펼쳐져 있다. 이 학교는 주요 지진대가 지나가기 때문에 높은 건물을 찾기 힘들다. 그런 가운데서 가장 높게 지어진 건물이 후버타워다.이 학교의 후버타워와 후버연구소는 이 학교 출신 대통령 허버트 후버를 기념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후버는 잘 알려져 있지만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은 아니다. 어찌 보면 그로서는 이게 더 다행일수도 있다. 후버는 1929년 대공황 발생 당시 대통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프로레슬러 천규덕이 지금은 탤런트 천호진의 아버지로 알려지는 건 기자와 같은 1970년대 어린이들에게는 '격세지감'이다. 비록 당대의 최고 인기 레슬러가 김일이었다고는 해도 천규덕 역시 당시 한국 어린이들에게는 정의를 지켜주는 두 번째 용사였다.두 사람은 여러 가지 다른 면모를 갖고 있었다. 김일의 필살기는 박치기고 천규덕은 당수였다. 김일과 천규덕의 또 다른 큰 차이는 방송국이었다. 김일 경기는 MBC에서만 볼 수 있었고 TBC 레슬링에는 천규덕만 나왔다. TBC는 김일이 없어서 허전한 부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역사책에는 '선왕'이란 말은 많이 나오지만 '전왕'은 찾아볼 수 없다.선왕은 선대의 임금, 즉 돌아가신 왕이란 말이다. '선'이라는 글자는 어른에 관련해서 쓸 때 돌아가신 분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제사 지낼 때 할아버지, 할머니든 증조부 증조모 든 모든 조상의 지방이 '선'자로 시작하는 건 이런 까닭이다.그런데 임금들이라고 해서 모두 생을 마감함으로써 다음 왕에게 보위를 물려주고 선왕이 된 건 아니다.어떤 왕은 살아있는 동안 다음 임금에게 물려주기도 했고, 반란으로 쫓겨나기도 했다.왕의 자리에서는 물러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지난주 영국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이색적인 뉴스를 하나 내놓았다.BoE는 지난 7일 통화정책위원회(MPC) 회의에서 기존 통화정책을 유지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 14%로 예상했다.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이같은 발표를 BoE가 공개하고 있는 역대성장률 기록과 비교했다. BBC에 따르면 마이너스 14% 성장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이는 영국 국가통계국의 국내총생산(GDP) 집계가 시작된 1949년 이후 최저다.이번 보도를 통해 알게 된 것은 BoE가 공식 집계 말고도 그 이전 시대의 성장률도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현대국가가 되기 전 중국의 마지막 왕조는 청나라다. 이 나라는 290여년의 역사를 가졌지만 중국 왕조로서의 역사는 1644년 산해관 입성 후의 270년으로 봐야 할 것이다.황실은 비록 만주족이지만 대륙을 차지한 후엔 만주족뿐만 아닌 중국인들의 왕조로서 본분을 강조했다. 만주족의 두발 변발을 강조한 것이 강한 선입견을 남기긴 했지만 변발뿐이었다. 유교문화나 사회체제는 중국 고유의 것을 그대로 수용했고 '만한일체'라고 해서 만주족과 한족이 함께 지배층을 형성했다.이런 지혜로운 국가방침 덕택에 비록 소수민족이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스웨덴의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대비태세가 참으로 예사롭지 않다. 현재 세계적인 호평을 받고 있는 한국의 방식과는 달라도 아주 많이 다르다.여기에 대해서는 어느 쪽이 옳다고 선을 긋는 듯한 접근을 할 수가 없다. 그 배경에 저마다 민족이 강인한 생명력을 입증해온 각자의 과정에 따른 차이도 담겨 있다.스웨덴의 대응은 비슷한 역사문화 배경을 가진 이웃나라들 노르웨이, 덴마크와도 다르다.뉴욕타임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노르웨이와 덴마크가 국경통제, 음식점과 스키장 폐쇄, 학생들의 자가 학습에 나선 반면 스웨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1973년 45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석권한 영화는 불후의 명작 '대부'다. 이 영화는 작품상과 함께 말론 브란도의 남우주연상, 각색상을 함께 받았다. 말론 브란도가 미국 원주민 인디언에 대한 차별을 항의하며 남우주연상 수상거부 소감을 발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각색상은 이번 92회 시상식에서 '조조 래빗'이 받은 것이다. 각색상을 받았다는 건 원작이 따로 있다는 얘기다.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이 만든 이 영화의 원작은 마리오 푸조가 1969년 같은 이름으로 쓴 소설이다.이 소설 내용에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별로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1974년 대통령영부인 육영수 여사가 재일교포 문세광의 저격으로 서거하자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도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특히 당시에는 대사관 근처에 있던 중동고등학교 학생들이 거센 시위를 벌였다.학생들 앞에는 방석망을 갖춘 전투경찰들이 삼엄하게 경비를 서고 있는 대단히 긴장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도로 건너편은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당시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세련된 건물과 조경이 갖춰진 건물은 외국도시 일부를 옮겨놓은 듯 했다. 이 곳은 미국대사관 숙소로 쓰이고 있었다.현재는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왕가의 여인들이라고 해서 시댁에 절대적인 호감을 가지라는 법은 없다.고려의 국새를 이성계에게 넘겨준 정비 안씨를 '비운의 여인'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 역사기록을 보면 그다지 비운스럽게 살다간 자취는 보이지 않는다. 그냥 왕실의 마지막 어른이란 점 때문에 무신경하게 '비운'을 붙이는 경우다.조선의 4대 임금 세종10년까지 장수한 그녀는 대대로 조선 임금들과 연회 및 선물을 주고받는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고려왕실에서의 행적을 보면, 그녀의 생애 자체가 시댁인 고려왕실에 일체의 호감을 갖고 있기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지금의 롯데는 유통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건설, 렌터카까지 '저 회사들 사이에 무슨 연관 관계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양한 방면에 계열사를 갖고 있다. 한국 재벌그룹들 특징 그대로다. 현재 롯데에 대한 이미지는 사업 자체에서 형성되는 것뿐만 아니라 총수인 신동빈 회장, 그리고 프로야구팀 롯데자이언츠의 세 방향에서 만들어지고 있다.그러나 1970년대에는 말 그대로 '과자'기업이었다. 해태와 함께 어린이들의 입맛을 다투는 맞수였다.오늘날 586이 '국민학생' 즉 초등학생으로, 이들의 입맛을 앞 다퉈 돋우려던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택시에서 내리고 보니 스마트폰이 없었다. 회사에 두고 왔을 거라 여겼다.동행한 사람 전화로 걸어보긴 하는데 모두 퇴근한 회사에서 아무도 안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 여성이 "여보세요"라고 응답했다. 택시에 두고 내렸던 것이다.이분이 있는 곳으로 찾아 가겠다 했더니 멀지 않은 곳에서 친구와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고마움의 표시로 이분들이 그때까지 주문한 5만 원 안되는 비용을 대신 계산해 주니 매우 고마워했다. 사실은 산 지 몇 달밖에 안 된 스마트폰을 다시 찾은 사람이 훨씬 더 고마운 입장이었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기자는 금융 분야만 취재한 지 20년이다. 그 이전에 2년 동안 은행원 생활도 했었다.이런 기자가 참으로 좌절스런 뉴스를 접했다.이번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예년보다는 쉬웠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 수험생들이 치른 문제 하나는 기자의 금융경력과 자부심에 심각한 도전을 던지고 있다.국제결제은행(BIS)에 관한 것이다.솔직하게 말하자면, 기자가 만약 수험생으로서 이 문제를 접했다면 그 순간 평정심을 잃고 제대로 문제를 못 풀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몇몇 문제는 아주 간단하게 풀 수 있었다. 그러나 은행원과 금융기자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올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시구자가 시구를 '실망스럽게' 던진 후 마운드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연기가 아니다. 실제로 그는 너무나 가슴이 아픈 나머지 인스타그램에 사과하는 글도 올렸다.시구가 과연 무엇이기에 시구 잘못 던졌다고 사과하는 일이 다 벌어졌나.우선 시구가 절대로 만만한 게 아니다. 농구 자유투를 던져 링이라도 맞추는 것보다 시구를 땅에 닿지 않고 홈플레이트까지 던지기가 훨씬 어렵다. 멀리던지기가 아닌 투구를 얘기하는 것이다.프로야구 최고지도자인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이 올스타게임에서 시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해외 다큐멘터리의 꽤 유명한 사진이 하나 있다.사납고 용맹한 눈초리를 지닌 아프리카의 원주민 전사가 한 손에는 긴 창을 들고 또 다른 손에는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고 있다.전사의 전통옷차림과 휴대전화가 대비되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사진으로 넘어가기 쉽지만 사실 이 장면은 상당히 심각한 대화다.원주민이 통화를 한다는 건 아프리카 야생의 초원지대에 통화가 가능한 사람이 누군가 더 있다는 얘기다.사실 그는 지금 이 지역의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당국자와 통화 중이다. 얼마 전 그의 부족이 기르는 가축을 인근의 사자가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자학적 역사관을 갖는 사람들이 흔히 트집을 잡는 것 가운데 하나가 조공이다. 재물을 중국의 강요에 의해 갖다 바쳤으니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라는 것이다. 이런 자학적 사관이 심해지면 이와 같은 조공을 안 해도 되게 일본이 한국을 독립시켜줬다는 식민사관이 된다.근세이전, 한국과 중국의 다자안보동맹 관계를 주종관계로 폄하하면서 자신들의 진짜 침략을 숨기려던 것이 일본제국주의자들의 의도였다. 제대로 실상을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고 내 나라 원수들의 말을 여태 신봉하고 있는 자들의 존재는 개탄스러운 일이다. 인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1.제나라 경공이 어느 저녁, 여인들과 술 한 잔을 나누다 나라를 튼튼히 지키는 장군 전양저 생각이 간절해졌다.그의 집으로 전양저를 찾아갔다. 임금이 온다는 소식에 전양저는 갑옷을 갖춰 입고 나가 "다른 나라 제후가 침범해 왔습니까? 대신들 가운데 누가 반란을 일으켰습니까"라고 물으며 맞이했다.임금이 각별한 호의로 좋은 술과 음악을 나누기 위해 찾아왔음을 알게 되자, 전양저는 "대저 적군을 막고 역적을 죽이는 일만은 청컨대 신을 불러서 상의합시오. 좋은 술과 좋은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주공의 좌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본지는 프로야구 또한 오늘날 중요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산업의 하나로 접근한다.프로야구의 가장 큰 부가가치는 '감동'의 생산에 있다. 돈으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없음을 입증한 원년 박철순의 '투혼', 스포츠 정신을 내던진 승부조작에 일격을 날린 한국시리즈 유두열의 3점 홈런, 국제무대에서 국민들의 심정을 200% 이상 실현해준 선수들의 한일전 투혼과 함께 최동원-선동열 두 영웅의 전설 역시 소중한 부가가치다.최근 두 사람의 '1승1무1패' 전설을 빛바래게 하는 '4차례 대결' 주장이 나왔다. 야구산업의 부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모든 역사를 지금의 민주주의가 탄생하기 위한 투쟁의 과정으로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이를테면 자유롭게 국가원수를 선출하는 민주주의만이 사람다운 국가고, 그 이전 왕조시대는 모든 사람이 왕실의 노예로 시달린 ‘암흑의 시대’였다는 것이다. 고려, 조선시대 모두 임금 한 사람이 국가와 백성을 소유했던 시절인데, 한국인들이 여기서 벗어남으로써 진정한 국가를 갖게 됐다고도 주장을 한다. 일제의 침략을 미화하는 친일 식민사관이 끼어들기 딱 좋은 사고방식이다.과거의 우리 조상들은 절대로 오늘날 우리를 주인공으로 만들기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정치에 잔뜩 빠지기 전인 1970년대 ‘대통령의 웃음’이란 책을 지었다.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의 유머 사례를 모은 책인데, 여기에 독립투사인 월남 이상재 선생의 이야기도 있었다.젊은 시절의 변영로 시인이 YMCA에 영어를 배우러 다녔다. 그가 거리를 걸어가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변정상 씨"라고 불렀다. 돌아보니 월남 선생이었다. 변 시인의 부친이 변정상 씨다."어찌해서 저를 아버지 이름으로 함부로 부르십니까"라고 젊은 변영로가 따지자 월남 선생은 "갑자기 자네 이름이 생각